두산 왼손 에이스 유희관(30)은 지난 3년간 40승을 수확했다. 특히 지난 시즌 NC 에릭 해커(19승) 다음으로 가장 많은 18승을 거둬 국내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을 받았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걷던 그는 올 시즌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개막 후 2차례 선발 등판에서 8⅔이닝 동안 12점을 내줘 평균자책점은 12.46을 찍었다. 피안타율은 0.452, WHIP(이닝당 평균 출루 허용)은 2.54다. 선발 투수로 부끄러운 성적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안 맞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좌우 코스로) 꽉 차게 던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아직 판단은 이르다.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신뢰했다.
김 감독의 믿음대로 유희관이 2전3기 끝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유희관은 15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선두 두산은 4연승을 달렸다.
이날 유희관은 제구력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32㎞에 그쳤지만 완급 조절과 정교한 슬라이더, 체인지업 제구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의 허를 찔렀다. 유희관다운 ‘느림의 미학’이 빛을 봤다.
타자들도 유희관의 호투를 지원 사격했다. 팀 타선은 11안타로 삼성 마운드를 두들겼다. 박건우가 2타점 3안타, 오재일이 2안타 등으로 활약했다. 삼성 선발 콜린 벨레스터는 7피안타 5볼넷 6실점(4자책)으로 4⅔이닝 만에 강판당하며 3패째를 떠안았다.
두산은 1회말부터 허경민의 볼넷과 민병헌의 중전 안타, 닉 에반스의 유격수 실책 출루를 묶어 1사 만루를 만들었다. 오재일이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올렸고, 오재원 타석에서 나온 폭투에 민병헌이 추가 득점했다. 오재원까지 볼넷을 얻어 또 만루를 이룬 가운데 박건우가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보탰다. 4회말에는 1사 1ㆍ2루에서 김재호의 좌전 적시타로 4-0을 만들었고, 5회말에도 2점을 추가했다.
잘 던지던 유희관은 7회초 첫 실점을 허용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1루수 오재일의 실책으로 출루한 삼성 선두타자 구자욱에게 이날 경기 들어 처음으로 2루를 내줬다. 이후 삼성이 대타로 내보낸 조동찬, 김재현, 이지영에게 차례로 볼넷, 안타, 볼넷을 내주면서 1점을 내준 뒤 2사 만루에서 정재훈으로 교체됐다. 정재훈은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이닝을 끝냈다. 그러나 8회초 2사 1, 2루에서 삼성 대타 최선호에게 1타점 안타를 맞아 6-2로 쫓겼다. 두산은 다시 달아났다. 8회말 2사 1루에서 대타 최주환이 우월 2루타로 다시 5점 차로 점수를 벌려 쐐기를 박았다.
김지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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