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3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벌써부터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의 표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이 총선공약으로 꺼낸 한국판 ‘양적완화’는 물 건너 간 셈이다. 상반기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이나 예산 조기집행도 불확실해졌다. 경제활성화나 노동개혁법 등 구조개혁 관련 입법은 더 어려워졌다. 글로벌 저성장과 산업 여건의 격변을 돌파하기 위한 정책과 입법은 박근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차원의 과제다. 정치권의 대승적 협력과 지혜가 절실한 이유다.
무엇보다 정부ㆍ여당의 정책 추진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전 “나라의 운명을 정한다는 마음으로 투표해 달라”고 했다. 그 결과 확인된 민의는 더 이상 현 정부ㆍ여당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추경 편성 같은 단기 부양책이든 구조개혁을 위한 입법이든, 지금부터는 야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진지한 협의를 통해 정책적 타협의 공간을 확장해 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려면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당장 박 대통령부터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시급성을 생각하면 19대 국회의 임무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우선 올해 성장률 전망만 해도 대다수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가 2%대 중반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5월 국회에서 추경 편성과 재정 조기 집행의 필요를 따져 여야가 협력할 필요가 있다. 총선 전 더불어민주당의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원샷법’처리 협조는 야당에 대한 중도층의 선입견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회는 규제프리존 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은행법 개정안 등 여야 합의가 가능한 법안들의 19대 임기 내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구조개혁 최대 현안인 노동개혁법 처리다. 정부는 5월임시국회 처리를 호소하고 있지만 더민주의 반대가 강경해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렇게 되면 20대 국회의 해당 입법 논의는 일러야 올 10월 이후가 될 게 뻔하고, 내년으로 넘어가면 대선 정국과 맞물려 극심한 정치바람을 탈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과거 김영삼 정부 때 노동법 개정 파동이 대선 국면과 맞물리며 극심한 정국 혼란을 야기해 급기야 외환위기까지 초래했던 전례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 정부ㆍ여당은 합리적 절충 공간을 서둘러 마련하고, 야권은 마땅한 책임의식을 발휘해 구조개혁이 표류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게 바로 이번 총선 민의에 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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