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개정해 철저히 진상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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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개정해 철저히 진상 규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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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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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사무차장 출신 인권변호사

세월호 변호인 맡아 동분서주

유가족들 신분 숨기고 유세 지원

“그 분들 마음 생각하면 먹먹”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0일 지역구인 서울 은평갑에서 선거유세 도중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는 특별한 사람들이 겪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세월호 인양 후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20대 국회는 조속히 특별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야권이 승리한 4ㆍ13 총선 사흘 뒤인 16일은 세월호 참사 2주기. 총선 승리의 기쁨보다 이 잔인한 4월의 기억으로 가슴이 먹먹한 예비 의원이 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박주민(서울 은평갑)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의 직함은 세월호피해자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이다. 15일 기자와 통화에서 박 당선자는 “정부뿐만 아니라 19대 국회도 여야 간 이견 탓에 진상규명에 지지부진했다”며 “특히 문제 해결에 앞장 서야 할 야권마저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박 당선자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 작업에 우선 매진할 계획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는 것이 목표다. 현행 특별법에는 특조위 활동기간이 명확하지 않은데, 예산은 6월까지만 배정된 상태다. 박 당선자는 “7월에 선체가 인양되면 한 달여간 수습기간 후 본격적인 조사가 가능하다”며 “진상규명의 핵심인 선체조사를 하기도 전에 특조위 활동이 끝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특조위에 인양된 선체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회 등에서 세월호 백서나 정책보고서가 발표되면 이를 토대로 제2의 세월호를 막기 위한 법 제정 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박 당선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출신으로, 10여년 간 인권 변호사로 일했다. 그는 선거를 불과 24일 남긴 지난달 20일에서야 은평갑 지역에 전략공천 됐다. 가장 마지막으로 공천된 탓에 제대로 선거운동 할 시간도 없었다. 지역 연고가 전혀 없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새누리당에선 최홍재 후보가 일찍부터 뛰고 있었다.

20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서울 은평갑 지역구에서 세월호 유가족 오병환(오른쪽 두 번째)씨가 원숭이 인형탈을 쓰고 박주민 더민주 후보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페이스북

이런 박 당선자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던 이들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이었다. 공식 선거운동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은 3~6명씩 짝을 지어 교대로 지역 선거사무소나 거리에 나와 유세를 도왔다. 혹시 유권자들에게 반감을 줄까 노란 리본도 떼고 세월호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단원고 고 오영석 군의 아버지 병환씨도 그런 유가족 중 하나였다. 병환씨는 참사 이후 차려진 광화문 농성장에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안 박 당선자와 인연을 맺었다. 3개월여간 유가족과 함께 거리에서 풍찬노숙하는 박 당선자를 지켜보며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영석 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도 서울 청운동 농성장에서 박 당선자와 밤을 지새며 청와대의 책임감 있는 후속 조치를 울부짖었다. 병환씨는 유세기간 동안 전신 인형탈을 쓰고 음악에 맞춰 추면서 이목을 끌었다. 권씨는 선거사무소에서 생면부지 지역구 주민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박주민 후보에 한 표 달라"고 호소했다.

민간 잠수사 김관홍씨는 선거운동 차량을 운전했다.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 시신을 건져 올렸던 그는 4월이 돌아오면 트라우마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정상적인 일상 생활이 어렵고 박 당선자와는 평소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었지만, 자신이 사는 은평구에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천 확정 직후 김씨는 박 당선자에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이라도 좋으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선거 캠프에는 대부분 역할들이 정해져 있어 유일하게 남은 것은 운전기사밖에 없었다. 모든 유세현장을 동행할 수밖에 없는 고된 일이었지만, 김씨는 생업도 잠시 멈추고 박 당선자를 국회로 보내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당선이 확정되자 병환씨와 미화씨 등 유가족들은 승리했다는 기쁨과, 2년 전 차가운 물속에서 눈을 감은 아이들 생각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한다. 박 당선자는 “선거운동 닷새가 지나서야 유가족들이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혹시나 세월호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하던 그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앞으로 박 당선자는 세월호 진상규명은 물론, 지역구인 은평의 숙원사업인 수색역 역세권 개발과 ‘민주주의 실질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의정 활동을 해 나갈 계획이다.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 먼저 공공기관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 당선자는 “정치 신인이라 초반에는 실수가 많고 당장 결과물을 못 보여드릴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만큼은 잃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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