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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3… 4-3 ‘리버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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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1-3… 4-3 ‘리버풀의 기적’

입력
2016.04.1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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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 데얀 로브렌의 동점골이 터진 순간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안필드 구장. 리버풀=EPA 연합뉴스
리버풀 데얀 로브렌의 동점골이 터진 순간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안필드 구장. 리버풀=EPA 연합뉴스

영국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15일(이하 한국시간) 한 리버풀 팬이 병원에서 아들을 낳은 직후 BBC 라디오 5 라이브로 전화를 걸어왔다.

“내 아들 이름을 리버풀의 영웅, 데얀으로 짓겠어요.”

데얀은 종료직전 극적인 헤딩골로 리버풀을 지옥에서 구해낸 수비수 데얀 로브렌(27)을 말한다. 자신의 아들 이름을 데얀으로 짓겠다고 할 정도로 짜릿한 극장 경기가 안필드(리버풀 홈구장)에서 벌어졌다.

리버풀은 15일 도르트문트와 2015~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홈경기에서 4-3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45분까지 3-3이었다. 원정 1차전에서 1-1로 비긴 리버풀은 이대로 끝나면 원정 다득점 원칙(골득실이 같을 경우 원정에서 넣은 득점에 가중치 부여)에 의해 탈락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로브렌이 헤딩으로 꽂아 넣었다. 순간 4만5,000명의 홈관중이 일제히 내뿜는 함성으로 안필드는 요동쳤다. 3-3이 되는 과정도 한 편의 드라마였다.

96명의 사망자를 낸 ‘힐스보로 참사’를 추모하는 안필드의 팬들. 리버풀=AFP 연합뉴스
96명의 사망자를 낸 ‘힐스보로 참사’를 추모하는 안필드의 팬들. 리버풀=AFP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힐스보로 참사 27주기 추모 행사와 함께 시작됐다.

힐스보로 참사는 1989년 4월 15일 힐스보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경기에서 2만5,000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몰려 발생한 압사 사고다. 96명이 사망하고 760여 명이 부상한 영국 축구 최악의 참사로 꼽힌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경기에서 리버풀은 전반에 일찌감치 2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후반 3분 만에 디보크 오리기(21)가 만회골을 넣었지만 다시 9분 뒤 마르코 로이스(27)에게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30 여분을 남기고 3골이 필요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리버풀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21분 필리프 코치뉴(24)의 골로 다시 추격에 나섰고 후반 33분 마마두 사코(26)가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종료 직전 로브렌의 거짓말 같은 헤딩골이 터졌다.

대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는 클롭 감독. 리버풀=EPA 연합뉴스
대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는 클롭 감독. 리버풀=EPA 연합뉴스

위르겐 클롭(49) 리버풀 감독은 경기 뒤 “축구에서나 인생에서나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줘야 할 순간이 있다. 젊은 선수들이 바로 그 일을 해줬다”고 기쁨을 전했다.

2008년 7월부터 작년 5월까지 도르트문트 감독을 맡아 ‘꿀벌군단(도르트문트 애칭)’ 전성시대를 열었던 클롭 감독은 작년 시즌을 마치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그 해 10월 리버풀 지휘봉을 잡고 필드로 복귀해 운명처럼 유로파리그에서 친정팀을 만났고 감독 인생 최고의 역전 스토리를 썼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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