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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glish to Engrish(일본식 영어와 아시아 영어)

입력
2016.04.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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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국인이 Tokyo 길거리의 간판에서 ‘head shop’ 글자를 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에는 엉뚱한 물건만 있고 찾던 상품이 없어서 당황했다고 한다. 큰 간판은 일본어였고 그 밑에 쓰인 조그만 글씨 head shop은 나중에 알고 보니 체인점의 ‘본점’을 영어로 직역한 것이었다. Head shop은 마약 종류를 파는 가게를 말하고 본점은 ‘flagship store’ ‘main ship’이라고 해야 옳다.

일본의 엉터리 영어 표현은 이미 유명하다. 그 이름도 많아 Japanglish, Japlish, Janglish 등으로 불린다. Japanese와 English를 조합한 것인데 한국의 Konglish보다도 별칭이 더 많다. 필기시험을 paper test라고 말하는데 이는 test for paper를 연상시키고 종이 품질 테스트처럼 들린다. 유모차를 지칭하는 baby car도 ‘어린이용 자동차가 출시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데 유모차를 뜻하는 영어 단어 stroller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이상한 영어 표현은 자국어를 기초로 번역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위에서 말한 head shop도 동양식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머리와 중심’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영어에서는 이럴 때 flagship이라는 단어를 활용한다. 전함 중에서 가장 크고 멋진 ‘기함’(flagship)을 ‘대표적인’ ‘가장 중요한’ 의 뜻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가령 A회사의 다양한 상품 중에서 ‘대표 상품’을 일컬을 때 flagship product라 부르고 점포 중에서 대표나 본점을 flagship store라 부른다. 서비스 분야에서도 flagship service는 그 회사의 대표적인 서비스 방식을 지칭한다. 결국 본점이나 대표 점포가 동양인에게는 head shop으로 보이고 영어식 사고에서는 flagship store가 떠오른 것이다.

중국인의 영어를 Chinese English 혹은 Cinglish라 부르고 Singaopore의 영어를 Singlish라 부르는 것 모두 아시아인의 엉터리 영어를 지칭하는데 요즘에는 Engrish라는 용어도 쓰인다. 동양인이 r과 L 발성을 혼동하기 때문에 English에서 L을 R로 바꿔 조롱하는 것이다. 이들 엉터리 영어 표현은 pseudo-anglicisms(가짜 영어)라고 불리기도 하고 완곡한 표현으로 false friends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false friends는 비영어권 나라에서 자국어식 영어 표현을 지칭하는 것이고 영어 본래의 표현과 유사한 것도 많아 동양인의 엉터리 영어와는 좀 다르다. 프랑스 스페인 기타 유럽언어는 말의 뿌리가 같은 경우가 많아 순수 영어 표현이 아니지만 충분히 유추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false cognates라고 말한다. 아시아인의 영어는 나라별로 영어에 대한 접근과 이해가 달라 Konglish, Japlish, Cinglish, Singlish 같은 다양한 버전이 나오는데, 이들 명칭은 모두 불명예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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