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14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를 상대로 연방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연방 조사당국이 MS 고객의 개인정보 조사를 요구하면서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못하게 하는 ‘비밀 유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 미국 헌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해제 여부를 둘러싼 연방수사국(FBI)과의 분쟁에서 수세에 몰렸던 정보기술(IT)기업들이 일반적인 개인 정보 보안을 새 쟁점으로 내세워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의 전자통신사생활법(ECPA)에 의하면 연방정부 요원들은 MS를 비롯한 전자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들의 정보를 아무런 제약 없이 합법적으로 열람할 수 있으며 비밀 유지 명령을 내리면 고객들은 자신의 데이터가 열람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 MS는 지나치게 잦은 비밀 유지 명령이 미국 수정헌법에 보장된 고객들의 사생활 보호 권리와 MS의 표현의 자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법무총책임자(CLO)는 이날 자사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에서 “지난 18개월 동안 정부는 5,624건의 데이터 열람을 요구하면서 그 중 절반에 가까운 2,576건에 비밀 유지 명령을 내렸고, 이들 중 1,752건은 기한조차 걸려 있지 않다. 즉 정부가 자료를 열람했는지 여부를 영원히 고객들에게 공개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스미스 CLO는 “법무부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새로운 합리적 규약을 마련하길 바라고, 그러지 못한다면 의회가 움직여야 한다”며 “투명성, 디지털 중립성, 필요성에 입각한 정보 공개 요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비밀 유지 명령 관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소송이 정부로부터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문제를 두고 보인 IT기업의 수세적인 태도를 공세로 전환한 것으로 평가했다. 지금까지 IT기업과 법무부 사이의 법정분쟁은 수사당국이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기업들이 이를 거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2월부터 FBI가 애플에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를 요구하자 애플이 반발한 소송이 대표적이다. MS 역시 2013년부터 아일랜드에 위치한 클라우드 서버 내용을 전달하라는 연방 조사당국의 요구에 반발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애플 대 FBI 소송을 두고 “정부가 어떤 상황에서는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그럴 수 없는지에 대한 공개적이고 깊이 있는 토론이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NYT는 “이번 소송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조사당국의 법적 절차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여부를 위한 공개 토론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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