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발생한 대전 동구 모 빌라 가스폭발사고의 원인은 거주자의 과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대전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 가스레인지의 호스와 도시가스 중간 밸브가 분리되면서 가스가 누출돼 폭발이 발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국과수는 폭발 이전 이미 도시가스 중간 밸브와 가스레인지 호스가 분리된 상태에서 알 수 없는 점화원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최초 폭발지점은 화장실로 추정되며 도시가스 밸브나 가스레인지의 결함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빌라 3층에 거주하는 A(59)씨의 진술도 국과수의 감식 결과와 일치한다. A씨는 경찰에서 “도시가스 중간 밸브에서 가스레인지 호스를 빼고 30여분 간 가스레인지 청소를 했다”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터를 켠 순간 폭발이 났다”고 진술했다.
경찰조사결과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A씨가 사는 빌라 도시가스 중간 밸브에는 퓨즈콕(가스의 과다한 누출을 막는 장치)가 없었다. 신형 밸브에는 퓨즈콕이 장착돼 가스 누출을 막지만 수 십 년 전(1982년) 지어진 이 빌라의 가스 밸브에는 이 장치가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A씨 빌라의 가스레인지에는 도시가스용 호스가 아닌 LP가스용 호스로 연결돼 있었다. 경찰은 이 때문에 A씨가 호스를 손쉽게 분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A씨 등 입주자의 과실이나 누군가 고의로 폭발사고를 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다만 A씨가 아직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 정확한 조사를 못한 만큼 과실 여부를 확실히 결론 내는 것은 섣부르다는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식결과 등을 토대로 보강 수사를 벌여 과실 여부를 밝혀내면 입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1시 52분께 대전 동구 용전동 모 빌라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해 A시 등 주민 2명이 다치고, 52가구 99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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