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거장인 지휘자 제임스 러바인(73)이 건강 문제로 40년간 지켜온 미국 뉴욕 소재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약칭 메트)의 음악감독 자리를 내려놓고 은퇴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파킨슨병을 앓는 등 건강이 악화된 러바인이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고 14일(현지시간) 전했다.
2015, 2016 시즌의 잔여 공연과 다음 시즌의 일부 공연은 러바인이 예정대로 지휘하기로 했지만 내년에 공연할 예정이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지휘는 취소했다. 이에 따라 메트 총감독 피터 겔브는 명예음악감독이 되는 러바인 대신 지휘봉을 잡을 후임자를 조만간 임명할 예정이다. 겔브 총감독은 “오페라 역사에서 러바인이 메트에서 오랫동안 달성한 것처럼 위대한 업적을 이룬 지휘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러바인은 1971년 처음으로 메트 지휘대에 섰으며 1972년 2월 수석지휘자가 됐고 1976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1986년부터 2004년까지는 예술감독도 함께 맡았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했다.
러바인은 메트에서 2,500회가 넘는 공연을 지휘하며 역대 메트 지휘자 중 가장 많은 공연을 치렀다. 하지만 지병과 사고 등으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으며 건강이 악화돼 최근에는 여러 차례 지휘를 취소했다. 2001년 말부터는 서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지휘했고 2011년 가을부터 2년여 간 아예 지휘를 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베를린필하모닉 음악감독과 함께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 중 하나로 꼽히는 메트의 음악감독이 40년 만에 바뀌면서 누가 러바인의 빈 자리를 대신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AP는 네덜란드 로테르담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미국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 등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캐나다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41)과 이탈리아 토리노테아트로레지오의 음악감독이며 미국 워싱턴시의 내셔널심포니오세스트라 음악감독 내정자인 이탈리아 지휘자 지안드레아 노세다(52)를 유력 후보로 꼽았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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