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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 형 덕 좀 보고 있다"

입력
2016.04.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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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소원’의 주연 배우 김동영. 이정현 인턴기자
영화 ‘위대한 소원’의 주연 배우 김동영. 이정현 인턴기자

정식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상업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것도 처음이다. 영화 ‘위대한 소원’의 개봉(21일)을 앞둔 배우 김동영(29)은 여러 가지로 첫 경험을 하고 있다.

아역 배우 출신인 그는 데뷔한지 17년이나 됐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와 ‘꽃피는 봄이 오면’ ‘사랑을 놓치다’ ‘짝패’ ‘완득이’ ‘무수단’ 등 20여편의 크고 작은 영화에 출연했다.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영은 “이렇게 한 장소에서 며칠씩 인터뷰를 진행하는 게 낯설기만 하다”며 웃었다. 그는 “주연이라면 언론 인터뷰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송강호 선배님께 살짝 들었다”고 귀띔했다.

살뜰히 후배를 챙기는 선배의 마음에 김동영은 “연기나 사회생활 등 배울 게 많은 선배”라고 송강호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언론 인터뷰까지 하게 된 건 “모두 안재홍 형 때문에 판이 커져서”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위대한 소원’을 촬영하고 있을 때 안재홍 형은 영화 ‘도리화가’를, 류덕환 형은 영화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의 촬영을 마쳤었죠. 내심 마음 속으로 ‘두 영화 중 하나만 잘 되라’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끝내고 재홍 형이 촬영한다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은 정말 (좋은 영향을 주리라)생각지도 않았죠. 그런데 이번 영화는 ‘응팔’이 날개를 달아준 것 같아요.”

김동영은 안재홍과 함께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백방으로 뛰는 고3을 연기했다. NEW제공
김동영은 안재홍과 함께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백방으로 뛰는 고3을 연기했다. NEW제공
김동영은 안재홍과 함께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백방으로 뛰는 고3을 연기했다. NEW제공
김동영은 안재홍과 함께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친구를 위해 백방으로 뛰는 고3을 연기했다. NEW제공

김동영은 안재홍의 성공에 “친형이 잘 된 것처럼 너무도 기뻤다”고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영화 ‘굿바이 보이’에서 시작됐다. 김동영은 ‘굿바이 보이’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했지만 안재홍은 단역으로 살짝 얼굴만 내밀었다. 이 작품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게 됐고, ‘위대한 소원’을 통해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고등학교 친구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으로 만났다.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받고 읽어내려 가는데 너무 웃기더라고요.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친구의 소원인 첫 경험을 들어주기 위해 나선 남준과 갑덕의 고군분투가 코미디였죠. 정말 두 형과 연기하며 ‘케미’가 무언지 알게 됐으니까요.”

다음은 김동영과의 일문일답.

-상업영화로는 첫 주연이 아닌가.

“그렇다. 이렇게 한 공간에서 며칠씩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도 처음이다. 너무 낯설고 부담감 책임감이 커진다.”

-‘응팔’ 덕분인지 안재홍이 출연해 더 주목 받는 듯하다.

“한 달 동안 ‘위대한 소원’을 촬영할 때 안재홍 형이 ‘응팔’ 미팅을 다녀왔다고 하더라. 형이 겸손하게도 ‘아우 나는 조금밖에 안 나와’라고 했다. 그런데 ‘응팔’을 보니 형의 무게가 굉장히 크더라. 너무 놀랐다.”

-‘위대한 소원’도 ‘응팔’의 후광효과를 보고 있다.

“이번 영화 촬영 중에 안재홍 형은 영화 ‘도리화가’, 류덕환 형은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의 촬영을 마쳤었다. 그래서 내심 속으로 ‘두 영화 중 하나만 잘 되라’했다. 그래야 ‘위대한 소원’도 두 사람의 활약으로 관심을 받을 테니까. 정작 ‘응팔’은 생각지도 않았다. ‘응팔’이 우리 영화에 날개를 달아준 듯하다.”

-영화가 10대들의 이야기지만 성적 코드가 강하다.

“영화 시사회를 본 분들은 웃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다. 남성들은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 공감대가 있지만, 여성분들은 웃고 재미있다고 하신 반면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영화라서 과장되게 표현된 부분들이 있으니 이해하고 봐달라.”

영화 ‘위대한 소원’의 한 장면. NEW제공
영화 ‘위대한 소원’의 한 장면. NEW제공

-데뷔가 빠른 편 아닌가.

“초등학생 때 영화 ‘내 마음의 풍금’(1999)에 이병헌 선배님이 가르치는 반 학생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당시 학생들 중 가장 어렸다. 정식 데뷔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권상우 선배의 아역으로 나왔다. 리샤오룽(이소룡)의 영화를 보면서 ‘아뵤!’하는 아이가 바로 나다(웃음). 이후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에 출연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어릴 때는 운동을 좋아했다. 하지만 외아들이라 어머니의 큰 관심 속에 자란 탓에 험한 운동은 피해야 했다. 어머니가 연기학원을 권유했다. 2년 간 수료하면 야구 글로브를 사주겠다고 하셨다. 초등학교 3~5학년까지 다녔다. 이때 ‘내 마음의 풍금’에 출연했다.”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에 들어선 건 언제인가.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꽃피는 봄이 오면’ 출연부터다. 당시에 인터넷으로 오디션을 본다는 공고를 본 후 직접 찾아갔다. 갔더니 류장하 감독님과 최민식 선배님이 앉아계셨다. 류 감독님이 최민식 선배님을 가리키며 ‘최 선배 영화 본 거 있어?’라고 물으셨는데 나는 ‘없다’고 대답했다. 당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대게 출연했던 그의 영화를 보지 못해서였다. 그 때 두 분이 크게 웃으셨다.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다시 돌아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안재홍과의 인연도 특별하다는데.

“예전에 영화 ‘굿바이 보이’를 촬영할 때 안재홍 형을 처음 만났다. 그와는 잠깐 마주쳤지만 ‘위대한 소원’으로 다시 만났을 때 기억이 나더라. 한 번 사람을 보면 얼굴을 기억하는 편이다.”

-예전 무명이었던 안재홍이 아니다.

“판이 커져버렸다(웃음). 나 역시 상업영화 첫 주연이라 언론 인터뷰를 하는 풍경도 낯설다. 이런 변화에 대해 송강호 선배님께서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지난달 촬영을 마친 영화 ‘밀정’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송 선배님은 ‘며칠 간 삼청동에 지내면서 인터뷰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선배님의 경기도 집과 삼청동의 거리가 멀어서 아예 인터뷰 장소 근처에 숙소를 마련해 지내신다고 하더라. 이동하느라 피곤이 더 쌓일 테니 삼청동에서 며칠 지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셨다. 또 어떻게 인터뷰가 진행되는지 등을 세세히 알려주셨다. 주연 배우가 가진 무게감이 얼마나 버거운지 알 것 같았다.”

-강한 인상과 달리 ‘위대한 소원’에서는 어리바리한 고등학생이었다.

“영화에서도 웃는 장면이 별로 없다. 하지만 지금껏 영화에선 맞는 장면이 더 많다. 인상이 강하니 사람들이 (그걸)잘 모르더라. 코믹 영화인 ‘위대한 소원’에서 아마 심각하게 보였다면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눈 앞에 둔 친구 고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난 것이다. 연기할 때도 류덕환 형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고 몰입했다.”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남준 역할로 열연한 배우 김동영. 이정현 인턴기자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남준 역할로 열연한 배우 김동영. 이정현 인턴기자

-어릴 때부터 연기했기에 장점이 있다면.

“사회생활을 빨리 배운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나이 많은 선배님들께 먼저 가서 ‘식사 하셨어요?’라며 인사를 건네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없다. 좋아해주신다. 아마도 어린 배우들을 불편해 하실 수 있다. 그럴 때 먼저 가서 이런 저런 말동무 해드린다. 어릴 때부터 현장 스태프 형님들과 친하게 지낸 노하우다(웃음). ‘꽃피는 봄이 오면’팀과는 매년 연말에 모임을 한다. 고등학생 때 본 사람들과 지금까지도 만나는 거다. 거기서도 내가 가장 막내다. 그런 자리가 좋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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