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석’과 ‘원내 1당’이란 4ㆍ13 총선 성적표를 받은 14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믿기 어렵다”는 흥분된 표정이 가득했다. 특히 31년 만에 대구ㆍ경북(TK)에서 지역구 당선자(대구 수성갑 김부겸)를 배출했고, 고전이 예상됐던 부산ㆍ경남(PK)에서 사상 최다인 8석을 확보했다. 험지로 여겨졌던 강원에서도 19대 ‘0석’의 부진을 딛고 지역구 당선자(강원 원주을 송기헌)가 탄생했다.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췄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자평이지만,‘호남 참패’와 ‘정당득표율 3위’는 당에 의미심장한 시그널을 주는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물도, 콘텐츠도, 시간도 부족했던 국민의당이 전열을 정비해 나설 경우 더민주가 야권 주도권의 우위를 계속 지킬 수 있냐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입이 닳도록 말해 온 ‘수권정당’의 면모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이번 총선의 좋은 성적도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수권 정당의 틀을 다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안정적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비상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나타나 당을 쥐락펴락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들에게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며 “지도부 구성 시스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개인의 결단에만 의존하지 않고 당원의 뜻을 모아 이를 기초로 운영되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무소속 홍의락(대구 북을) 당선자의 경우 공천과정에서 탈락시켰다가 논란이 커지자 다시 공천을 주겠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했다”며 “이런 일을 지켜 본 유권자들이 더민주에 정권을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야당=계파 갈등’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등식을 지워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더민주 하면 계파로 찢어져 맨날 싸우는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유권자들이 많다”며 “그 싸움의 한쪽 당사자인 비주류 의원들이 국민의당을 만들어 떠났지만 그 이미지가 상당히 강해 이를 최대한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0대 국회 개원(5월30일) 전후로 치러질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 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기존 주류 진영과 남아 있는 비주류 진영, 김종인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 또 다시 진흙탕 경쟁이 벌어질 수 있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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