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4월 15일
북한 4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1월 한반도 상공에 미 공군 전략 폭격기 B-52가 떴고, 언론은 ‘전개(展開)하다’라는 낯선 용어까지 받아 써가며 그 소식을 전했다. 괌 기지에서 이륙해 3,329km 거리의 평양을 융단 폭격하고 ‘벙커 버스터’로 지하 벙커까지 결딴낸 뒤, 곧장 회항할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그 아래에서는 희망을 구하지 말라”는 섬뜩한 말을 달고 난다는 인류 최장수 폭격기 ‘B-52’가 1952년 오늘(4월 15일) 첫 비행을 시작했다.
B-52 개발 구상은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 11월 미공군군수사령부(AMC)가 처음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에 아쉬운 소리 안 하고 대륙을 넘나들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폭격기를 개발하자는 거였다. 첫 디자인의 곧은 날개가 사선이 되고, 6개 엔진이 8개로 늘고…, 해서 탄생한 비행기의 공식 호칭은 ‘스트래토포트리스(Stratofortressㆍ성층권의 요새)’. 한동안 버프(BUFFㆍBig Ugly Fat Fucker)라고 불린 까닭은, 육중한 몸집에 호위기 없이는 못 나는 데 대한 일반 전투기 조종사들의 비아냥이었다. 물론 그 이미지가 바뀌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융단폭격’이란 말을 낳은 이래 B-52는 걸프전 아프간전 이라크전 등 미군의 주력 폭격기였고, 공중 급유를 받아가며 전장 상공에 상시 대기한 채 지상 특수부대가 목표를 지정하면 즉각 정밀 타격하는 임무까지 수행해왔다. 63년의 H모델까지 제원과 디자인 성능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일반 전투기 못지 않은 비행 능력과 전자장비까지 갖췄다. 시속 1,000km 속도로 최장 1만6,000km를 날고 최고 15km까지 상승하며 핵폭탄을 포함 최대 31톤의 폭탄을 탑재하는, 승무원 화장실까지 갖춘 83톤 무게의 비행 요새.
90년대의 전략무기 감축과 B-1(저고도 고속비행) B-2(스텔스) 등 잇달아 등장한 첨단 성능의 후속 전략폭격기들도, 이런저런 사정으로 B-52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B-52의 최대 미덕은 전략폭격기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기량에 충실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백전노장의 이미지, 즉 가공할 존재감이 얹혔다. B-52는 모두 744대가 제작돼 아직 70여 대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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