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투표율 50% 육박
그레이 보터 투표율 높았지만
정권심판론 공감에 비판적 선택
4ㆍ13 총선에서 드러난 ‘세대별 투표’ 성향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소야대의 원인을 진보ㆍ개혁 성향‘앵그리 영 보터’(2030세대)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에서 찾는 동시에, 보수 지지층이 두터웠던 ‘그레이 보터’도 이번에는 비판적 선택으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4일 방송 3사의 20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의 투표율 전망치는 49.4%였다. 다른 세대보다는 여전히 낮지만, 19대 총선 투표율(36.2%)보다는 13.2%포인트나 급등한 수치다. 30대 투표율 전망치도 49.5%로 지난 총선(43.3%)보다 6.2%포인트 높았다. 반면 다른 세대의 예상 투표율은 예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 총선에서 54.1% 투표율을 기록했던 40대는 53.4%, 65.1%였던 50대는 65.0%, 69.9%였던 60대는 70.6%로 조사됐다.
20대 총선의 실제 세대별 투표율은 선관위가 선거인명부와 실제 투표인 간 대조작업이 끝나는 두어 달 후에나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2030세대가 투표에 적극 참여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또 있다. 선관위가 총선 전 실시한 유권자 인식조사에서 ‘적극 투표참여 의향’을 밝힌 20대 이하의 비율은 55.3%, 30대는 58.3%로 60대를 앞질렀다. 선관위가 19대 총선 직전 실시한 같은 조사(20대 이하 35.9%, 30대 49.4%)에 비해 각각 19.4%포인트, 8.9%포인트나 증가했다. 이 같은 경향은 선관위가 13일 공개한 사전투표 세대별 분석현황에서도 확인된다. 20대 총선 사전투표 유권자(513만1,721명) 가운데 20대 이하 비율은 25.8%(132만2,574명)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기성 정치에 실망한 2030세대가 투표 참여를 통한 변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류재성 계명대 교수는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연일 갱신하고, ‘헬조선’과 같은 유행어가 청ㆍ장년 세대의 담론이 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앵그리 영 보터(성난 젊은 유권자)들이 결집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선 5060세대의 표심 변화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번 총선은 60세 이상 유권자의 비중이 전체 유권자(4,205만6,325명)의 23.4%(983만7,466명)로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높았다. ‘그레이 보터’가 주도하는 첫 총선임에도 보수 여당이 참패한 선거 결과는 5060세대에서의 균열이 적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한국일보가 총선 전 실시한 유권자인사 조사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감지됐다. 지난 2월 21, 22일 실시한 1차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에 공감을 나타낸 비율은 50대가 33.8%, 60대 이상은 20.8%였다. 하지만 지난달 29, 30일 실시한 2차 조사에서는 50대가 45.3%, 60대 이상이 28.8%로 한 달 사이에 각각 11.5%포인트, 8.0%포인트씩 상승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5060세대는 1987년 민주화 시기 YS(김영삼)ㆍDJ(김대중)가 창당한 통일민주당을 통해 직ㆍ간접적으로 민주화 과정에 참여한 세대이기도 하다”며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거대 양당의 공천파동을 지켜보면서 민주주의의 퇴행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 비판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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