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
정동영과 대북정책 마찰 가능성
박지원 등과 당 주도권 경쟁 예고
4ㆍ13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안착한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보여줄 색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새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구 당선자 대다수인 더불어민주당 탈당파 호남 의원들과 안철수 공동대표가 영입한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이념적 스펙트럼뿐 아니라 결 자체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초 정치권에선 총선 이후 호남 의원들과 안 공동대표 간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총선에 앞서 ‘야권 통합’을 둘러싼 지도부 간 내분이 발생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38석이라는 예상 밖의 성적을 거둬 ‘캐스팅 보트’로서의 몸값이 수직 상승한 상황에서 당분간 호남 의원과 안철수계 비례대표들의 허니문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반 의석에 못 미치는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과 더민주 입장에선, 법안 처리는 물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 것이 뻔한데 적전분열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기성정당 심판론이 득세하고 제3당에 대한 기대가 표출된 상황에서 당내 불필요한 갈등으로 실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안 공동대표가 강조해 온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입장과 같이, 사안별 유연한 태도로 원내 협상력을 키워갈 가능성이 크다. 당의 주요 경제 정책인 공정성장론의 경우, 더민주의 경제민주화와 교집합을 형성할 수 있다. 반면 안보 정책에선 더민주보다 다소 보수적 입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담대한 진보’와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강조해 온 정동영(전주병) 당선자가 안보 등의 정책을 둘러싸고 안 공동대표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중도ㆍ보수 성향의 대다수 호남 중진들과 비례대표 의원들이 가세한다면 충돌로 번질 것 같지는 않다. 비례대표 중 천정배 공동대표가 추천한 박주현(3번) 당선자를 제외하고 안 공동대표가 영입한 12명은 안 공동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8월 2일 이전 열리는 전당대회에서도 안철수계 의원과 호남 의원들이 당내 주도권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안 공동대표가 내년 대선 출마를 감안해 대표직을 내려놓을 경우, 지역조직을 갖추고 있는 박지원 당선자 등 호남 다선들이 당권을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당선자는 내년 대선에 앞서 야권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어, 안철수계 인사들과 긴장 관계를 형성할 공산이 크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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