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지역 구마모토(熊本)현에서 14일 저녁 진도 6.4의 강진이 발생해 피해가 속출했다. 5년 전 동일본지진에 맞먹는 흔들림을 동반한 이번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고 화재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고 최소 40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6분쯤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6.5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지는 북위 32.7도, 동경 130.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약 10㎞로 추정됐다. 이 지진으로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益城町)에서 진도 7, 구마모토시에서 진도 6에 약간 못 미치는 흔들림이 관측됐다. 구마모토현을 중심으로 일대에서는 진도 3에서 5에 육박하는 진동이 보고됐다.
일본에서 지진으로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된 것은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 5년 만이다. 지진의 위력을 나타내는 규모는 동일본대지진(진도 9)에 미치지 못하지만 특정 지점에서 감지되는 흔들림은 동일본대지진과 마찬가지인 진도 7을 기록했다.
이날 지진으로 구마모토 일대에에 건물 붕괴와 화재가 이어졌고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최소 390여명이 부상해 구마모토현내 각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밤새 여진이 이어지면서 3만3,000여명이 대피소에서 밤을 샜다. 그러나 지진규모가 워낙 커서 피해집계가 본격화되면 사상사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TV아사히는 무너진 건물에 깔려 심폐 정지된 주민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외출 중 급히 총리관저로 복귀했으며 긴급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응급대응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구마모토현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 전체가 거의 정전되는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 항공기 등을 현지에 파견해 대응하기로 했다.
규슈에 위치한 센다이 원자력 발전소는 10초 정도의 흔들림을 느꼈다고 밝혔으며 현재 발전소에서 자체적으로 피해가 없는지 확인 중이다. NHK가 현지에 설치한 카메라에서는 심한 흔들림이 포착돼 시청자들을 긴장케 했다. NHK 구마모토 방송국 내에선 책장에서 책이 마구 떨어지고 천장에 매달린 설치물들이 크게 흔들리는 장면이 반복해 나왔다. 기자들이 책상 밑으로 대피하는 등의 긴박한 모습이 생생하게 화면을 탔다.
또 구마모토 시내 길거리에는 깨진 콘크리트 조각이나 벽에서 떨어진 타일 등이 나뒹굴고 유리창이 깨졌다는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 가로수나 낡은 건물의 간판 등이 떨어져 일부 시민들이 도로 한가운데로 피하는 장면도 속속 목격됐다. 상점가나 건물의 유리창이 깨져내려 도로가 유리조각으로 뒤덮이는 등 구마모토 지역은 혼란이 계속됐다. 슈퍼마켓에선 진열대의 과일과 상품이 쏟아져내려 바닥을 뒹구는 장면도 NHK 현지 생중계로 방송됐다.
평일 저녁 정규 뉴스방송 중이던 NHK 채널은 한국의 총선거 및 북한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의 뉴스를 내보내다 신속히 지진 대비 방송으로 전환했다. 방송에선 내진설계가 충분한 가옥에선 대피할 필요가 없지만 낡은 주택지에선 안전지대로 긴급 탈출하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다만 쓰나미 위험성은 없다고 일본 기상청이 발표했다. 이 지진으로 인해 우리나라 제주, 경남 지역에서 지진동이 감지됐다. 일본 경찰과 소방당국은 피해상황을 확인중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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