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공사 방해 구상권 청구에
강정 주민들 다시 거리로
“원희룡 지사, 대통령과 담판을”
“9년이나 싸웠는데. 이제 또다시 싸울 수밖에 없게 만드네요.”
지난 12일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정문 진입로 맞은편 인도에 설치된 비상강정마을회관에 만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탄식과 함께 뱉어낸 한마디다.
강정마을주민들이 다시 거리에 나선 이유는 해군이 지난달 28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주민 등을 상대로 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했다며 34억5,000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2007년 5월 이 일대가 해군기지 건설장소로 결정된 이후 마을주민들간 찬반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가족, 친척간에도 대립하는 등 공동체가 붕괴됐다. 또 반대주민들은 생업을 뒤로 한 채 9년간 해군과 제주도 등을 상대로 반대투쟁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사법처리를 받은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은 700여명에 이른다.
이런 갈등은 강정주민들이 2월26일 제주민군복합항 준공식과 함께 생명평화마을 선포식을 가지면서 사라지는 듯 했다. 사실상 해군과 물리적인 충돌이나 갈등도 더 이상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입구 농성천막 등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대집행 비용 8,900여만원과 지난 9년간 해군기지 반대 투쟁 과정에서 발생한 벌금 3억원 등을 이미 떠안고 있는 강정주민들에게 구상권 청구까지 이뤄지면서 강정주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조 회장은 “해군기지가 완공되면서 반대 투쟁을 벌여왔던 마을주민들도 이제 다시 농사꾼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살려고 했다”며 “하지만 반대투쟁으로 쌓인 응어리도 못 푼 상황에서 3,400만원도 아니고 34억원을 내놓으라고 하니 다시 몸으로 5년이고, 10년이고 싸울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상권 대상 주민들이 있는데 해군이나 제주도와 무슨 상생방안을 논의할 수 있겠냐”며 “만약 구상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논의가 이뤄질 경우 마을주민간 새로운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이제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정치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며 “강정주민들을 대신해 원희룡 제주지사가 직접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문제 해결을 요구해달라”고 촉구했다.
강정주민들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사회도 이번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을 포함해 전 의원이 성명을 통해 구상권 철회를 요구한 것을 비롯해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