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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손해 보는 ‘호혜평등 원칙’어쩌나

입력
2016.04.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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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과 중국,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시리아를 상대한다. 원정 텃세에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달 태국 평가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과 중국,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시리아를 상대한다. 원정 텃세에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달 태국 평가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월드컵 예선이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정착되면서 양 팀 간 호혜평등 원칙도 관례가 됐다. 이를테면 한국이 이란 원정을 가면 이란축구협회에서 훈련장과 차량, 호텔 등을 잡아주고 비용도 부담한다. 반대로 이란이 한국에 올 때는 대한축구협회가 모든 걸 책임진다. 가이드라인은 있다. 호텔은 5성급 이상, 숙소는 경기장에서 차량으로 30분 이내여야 한다. 예외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처럼 오일머니가 두둑한 나라는 대한축구협회가 5성급 호텔을 예약해줘도 만족을 못한다. 이 경우 서로 각자 비용으로 해결하자고 합의한다.

호혜평등의 원칙은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강한 구속력이 없다. 전한진 대한축구협회 국제팀장은 “양 협회가 잘 협의해 원만하게 일을 처리하라는 게 국제축구연맹(FIFA) 취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손해 볼 때가 많다. 원정 국가들이 규정 위반의 경계선상에서 교묘하게 텃세를 부리기 때문이다.

“이란이 오면 한강 고수부지에서 훈련하게 만들겠다.”

2012년 10월,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 원정을 앞두고 당시 대표팀 사령탑 최강희(57) 전북 현대 감독이 발끈했다. 이란은 한국이 출국하는 당일에 비자를 내주며 마음고생을 시키더니 훈련장을 세 번이나 바꾸는 횡포를 일삼았다. 어렵게 잡은 훈련장도 잔디 곳곳이 패이고 바닥이 딱딱해 선수들 부상이 염려될 정도였고 조명시설도 갖춰지지 않아 야간 훈련이 불가능했다. 최 감독은 한 달 전인 그 해 9월 우즈베키스탄 원정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조광래(62) 대구FC 단장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1년 11월, 레바논과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 원정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레바논이 제공한 훈련장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기자는 당시 최강희 감독의 우즈베키스탄, 조광래 감독의 레바논 원정을 동행 취재했는데 그 때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은 “너희들 한국에 오면 두고 보자”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하지만 한국이 당한 대로 똑같이 갚아준 적은 없다.

이유가 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축구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나라 중 하나다. 신뢰도도 높다.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라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원정 텃세가 심했을 때 공교롭게 한국대표팀 결과도 썩 좋지 않았다. 위의 사례만 봐도 이란에 0-1로 졌고 우즈베키스탄에는 자책골을 내주며 2-2로 비겼다. 레바논에는 1-2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대표팀이 레바논에 당한 사상 첫 패배라 충격이 컸다. ‘레바논 쇼크’는 그 해 말 조광래 단장이 대표팀 감독에서 경질 당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슈틸리케호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상대가 정해졌다. ‘숙적’ 이란을 비롯해 중국,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시리아를 상대한다. 원정 텃세는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 순항해 온 슈틸리케호가 이런 경기 외적인 고비도 현명하게 넘길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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