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기주(29)의 야구 시계가 4년 만에 돌아가고 있다. 한기주는 2012년 4월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1,462일이 흐른 올해 4월12일 인천 SK전(3이닝 무실점)에서 다시 승리 투수가 됐다. 최고 시속 158㎞를 찍었던 강속구 투수가 아닌 143㎞를 던지는 평범한 투수로 오랜 재활 끝에 값진 결실을 이뤘다.
광주 동성고 재학중이던 2005년 제39회 대통령배 고교야구에서 MVP를 따내고 이듬해 KIA에 입단한 한기주는 시속 155㎞ 강속구를 던지는 특급 유망주였다. KIA는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인 10억원을 한기주에게 안겼다. 루키 한기주는 2006년 10승11패 1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이듬해 마무리로 변신한 그는 2년 연속 25세이브 이상을 올렸다. 하지만 부상이 한기주를 덮쳤다. 2009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후 연이은 부상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1년 복귀했으나 이후 두 차례 손가락을 다쳤고, 2013년에는 투수로서는 치명적인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 지난해 7월 1군 마운드로 돌아왔지만 7경기만 뛰고 다시 재활군에 내려갔다.
절치부심하며 부활을 노린 한기주는 올해 시범경기를 통해 가능성을 보였고, 결국 1군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그래서 한기주는 1군 무대에 서 있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는 꾸준히 마운드에 올라 시즌 끝까지 1군에서 버티는 것”이라며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1,462일 만에 승리를 맛본 소감은.
“일단 4년 만에 첫 승이라 기뻤다. 야수와 뒤에 나온 투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승리 소식을 접하고 주변으로부터 많은 전화와 축하 문자를 받았다.”
-선발이 아닌 중간 계투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을 텐데.
“불펜에서 꾸준히 투구를 하며 준비한다. 경기에 안 나갈 때도 스스로 컨디션을 잘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재활을 오랜 시간 함께 했던 팀 동료 곽정철(30)은 ‘혈행장애’(피 흐름에 장애를 받아 맥박이 약해져 통증, 마비 따위가 일어남)로 빠졌는데.
“계속 1군에서 (야구를)같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 (곽)정철이 형에게서도 ‘첫 승을 축하해’라는 문자가 왔고, ‘형도 빨리 올라오라’는 답장을 보냈다.”
-부상 전 강속구를 뿌릴 때와 공 스피드가 많이 떨어진 지금 마운드 위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부상 전에는 타자를 힘 대 힘으로 붙어서 잡으려 했는데 현재는 땅볼이나 플라이로 맞혀 잡으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느낌은 좋다. 나중에 (타자들이) 맞춰나간다면 다른 방법을 찾겠다.”
-힘겹게 다시 돌아온 마운드에 올라왔는데 앞으로 각오는.
“타자들이 예전보다 힘이나 선구안이 좋아졌다. 선발이 아니고 중간이기 때문에 목표는 꾸준히 마운드에 올라 시즌 끝까지 1군에서 버티는 것이다.”
인천=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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