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손상으로 5년여 동안 사지가 마비되었던 환자가 뇌 속에 칩을 이식해 신체 동작을 가능케 하는 기술 덕분에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1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 오하이오주립대학과 파인스타인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사지 마비 환자의 대뇌 피질에 초소형 센서칩을 이식, 손상된 척추신경을 거치지 않고 운동을 원하는 신체부위에 직접 동작신호를 보내는 일종의 ‘신경 우회’기술 적용에 성공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린 관련 논문에 따르면 이 기술의 첫 임상 시험은 2011년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 아우터뱅크스 해변에서 수영을 하던 중 목뼈가 골절돼 척추를 다친 대학생 이안 버크하트(24)에게 이뤄졌다.
버크하트는 당시 사고 후유증으로 팔다리의 감각을 잃고 운동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하지만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이 2년 전 기능을 하지 않는 척추신경을 대신해 대뇌의 운동 신호를 오른손 근육으로 전해주는 초소형 칩을 버크하트의 뇌에 이식하는 치료법을 제안했고, 뇌 이식 이후 사고 이후 처음 손으로 물을 컵에 따르는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버크하트는 “물을 따르고 빨대를 집고 음료를 저을 수 있게 됐다”라며 “비디오 게임용 기타를 연주할 수 있을 정도여서 매일 깜짝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칩을 이용한 신경 우회 기술은 여전히 관련 장비가 완벽하게 갖춰진 실험실에서만 적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일상 생활에서 원할 때마다 이식된 칩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면 갈 길이 멀다. 과거에도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도록 하는 등 뇌 이식 칩 기술 적용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수 차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버크하트의 임상 시험에선 더욱 정교한 동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의미가 크다고 설명한다. 라제쉬 라오 워싱턴대학 신경기술공학센터 책임 연구원은 “액체를 막대기로 휘젓는 작업에 성공했다는 점은 향후 보다 복잡한 운동능력 복원을 기대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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