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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끝까지 간다!

입력
2016.04.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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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 미제사건 수사팀의 사건해결 과정을 그린 드라마 ‘시그널’의 영향으로 장기 미제사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드라마는 인기와 별개로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진 장기미제 살인사건을 다시 들춰내고 유족의 슬픔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허구에 그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기미제 살인사건. 정말 가슴 아픈 말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살인범이 아직 검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생 초기부터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는 사건이 적지 않아 치안 책임자로서 마음이 무겁다.

최근 3년 간 경찰의 살인사건 검거율은 98.2%에 이른다. 살인사건이 발생할 경우 수사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정밀한 수사 기법을 총동원한 덕분이다. 장기미제 살인 역시 당시에는 가용한 수사력을 집중 투입했던 사건이다. 다만 현장 증거확보 및 분석 능력, 사이버수사 체계 등 세계 최고 수준을 갖춘 지금의 과학수사 기법과 달리 10여년 전에는 수사 환경과 치안 인프라가 부족해 범인 추적에 한계가 있었던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게다가 시간이 많은 흘러 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의 공분을 사고 유족들에게 씻지 못할 아픔을 안긴 살인사건의 범인은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단 한 명의 억울한 죽음도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12만 경찰의 신념이다.

경찰은 지난 2011년 12월 전국 지방경찰청 형사과에 ‘중요미제사건 수사팀’을 신설했다. 미국 뉴욕시 경찰국(NYPD)과 시카고 경찰국의 미제사건 전담팀(Cold Case Squad)과 영국 런던 경찰청의 미제사건 전담팀(Cold Case Team), 일본 도쿄(東京) 경시청의 특명수사대책반 등을 본 떠 관심이 집중된 미제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수사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미제팀 신설 이후 36건의 사건을 해결했고, 여죄를 포함하면 범인을 밝혀 낸 사건이 229건에 이른다.

2004년 서울 영등포 대출영업 공범 암매장 사건, 2005년 경기 수원시 사철탕음식점 여주인 강도살인 사건처럼 단서가 부족하고 주변인의 기억도 희미해진 미제 살인이 태반이었으나 열악한 여건에서도 열과 성을 다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지난해 일명 ‘태완이법’의 국회 통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경찰의 미제사건 수사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음지에 숨어 공소시효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살인범들이 더 이상 면죄부를 바랄 수 없게 된 것이다. 경찰도 법령 구축에 발맞춰 기존 52명이었던 중요미제사건 수사팀 규모를 72명으로 확대·개편했다. 현재 미제 살인사건 중 용의자 유전자정보(DNA)가 남아있는 등 해결 가능성이 높은 32건을 우선 선정해 범인 검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DNA, 지문, 족흔 등 경찰의 생체정보 감정·분석기술이 크게 발전한 점도 앞으로 미제사건 수사에 기대를 갖게 되는 요인이다. 아울러 미제팀을 운영하면서 시스템 및 인력 적정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 나갈 예정이다.

‘살인 범죄는 필히 단죄한다’는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망자(亡者)와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국민의 제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소한 전화 한 통이 수사의 단초가 돼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신고·제보자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하고 신원도 확실히 비밀이 보장된다.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부탁 드린다.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 시그널 속 어느 형사의 대사처럼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아픔으로 남을 미제 살인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분투하는 전국 모든 미제팀 경찰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경찰은 끝까지 잡으러 간다!

강신명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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