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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더 멀어진 탈원전의 꿈

입력
2016.04.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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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경천동지(驚天動地)의 결과라고 말을 한다. 16년만의 여소야대가 이뤄졌고, 각종 선거에서 패배를 모르던 새누리당이 참패를 당했으니 그렇게 평가할 만도 하다. 게다가 양당구도가 깨지는 조짐까지 나왔으니 그 누가 민심에 놀라지 않았을까. 그러나 각 당이 내건 공약들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과연 큰 변화가 있을까 싶다. 적어도 선거 전 논란이 됐던 신규 원전 건설 문제는 해결이 난망해 보인다. 오히려 어렵사리 만들어지고 있는 탈원전의 열망이 퇴행하는 건 아닐까 우려스럽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에 따르면, 원전 시설이 있는 지역구에서 탈원전에 동의했던 후보 81명 중에 국회로 입성하게 된 인사는 19명에 불과하다. 원전이 위치한 지역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긴 하더라도 아쉬운 결과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인사가 당선된 19명 중 10명에 달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의 원내 1당 등극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정책 때문이 아닌 집권여당의 국정 실패에 대한 반사이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 달갑지 못하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 차원에서는 에너지ㆍ기후변화 정책을 거의 내놓지 않았다. 18대 대선 당시 2050년 이후 탈원전 공약을 내놨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지역구에서 탈원전을 약속한 것은 당 차원에서의 정책 고민이었다기보다는 개별 당선인들이 지역 민심을 확인하고 던진 공약일 가능성이 높다. 당 차원의 노력이 없다면 소수에 불과한 당선인들이 에너지 이슈를 주도할 추동력은 상실될 것이다.

3당으로 자리잡은 국민의당 상황은 더욱 고약하다. 국민의당은 에너지ㆍ기후변화 분야는 물론이고, 분야별로 거의 정책을 내놓지 않고 선거를 치렀다. 노후원전 폐쇄에 관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물론이고, 신규 원전 건설에는 아예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탈원전을 약속한 후보들 역시 직접적 이해관계가 높지 않은 광주지역 당선자들이 대부분이어서 과연 당 차원에서 탈원전을 논의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반면 탈원전ㆍ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이었던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은 기대했던 결과에 미치지 못했다. 정의당이 비례를 포함해 6석을 가져갔을 뿐, 녹색당과 노동당은 정당투표에서 각각 0.8%와 0.4%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오히려 원전 확대를 외치고 있는 새누리당이 원전 집중지역인 강원과 경북을 휩쓸어 기존 정책이 고착화될 공산이 높아졌다. 친원전 후보로 선정된 여권인사들 역시 국회에 재입성했다. 원전 해수의 수돗물화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부산 기장군에서는 원전 확대를 주도했던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이 당선되기도 했다. 선거 참패로 집권여당이 국정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입긴 하겠지만, 야당들이 탈원전 문제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에너지 정책 방향이 수정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선거 결과를 희망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원전 지역에서 탈원전을 약속한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된 점이나 당 차원에서 탈원전을 강령으로 삼고 있는 진보정당들이 일부 지역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일궈낸 것이 희망의 씨앗임은 분명하다. 탈원전이 전세계적으로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앞의 현실은 냉혹하다. 결과에서 희망을 찾는 것보다는 탈원전이라는 희망이 선거에서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제 시민들은 거대 정당들을 어떻게 변화의 도가니로 이끌어 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당장 올해 말에 수립되어야 하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 내년 대선까지, 탈원전을 향한 발걸음은 다시 일보(一步)부터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시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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