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알파고
흑 이세돌
<장면 4>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1, 2국을 내리 패하자 당초 ‘이세돌의 5대 0 승리’를 장담했던 바둑계는 ‘상대를 너무 몰랐다’는 반성과 함께 이세돌이 단 한 판만이라도 이겨서 ‘인간’의 체면을 살려 주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분위기였다.
좌상귀에서 이세돌이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알파고에게 날카로운 역습을 당해 오히려 흑이 곤란하게 됐다. 당장 백A로 차단하면 흑돌이 잡히므로 <참고1도> 1로 연결해야 하지만 2부터 7까지 백이 선수로 안정해서 흑이 별 게 없다.
이세돌이 1로 건너 붙였다. 쉽게 넘겨 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때 2가 침착한 응수다. <참고2도> 1이면 2, 4로 간단히 연결할 수 있다. 이세돌이 3, 5로 차단, 다시 한 번 최강으로 버텼다. 아무리 봐도 흑이 무리한 싸움으로 보이는데 이세돌이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버티는 것은 알파고의 후반 마무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중반을 넘어서기 전에 자신이 우세한 흐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 이세돌의 조급한 심정과는 대조적으로 인공지능 알파고는 전혀 착수에 흔들림이 없다. 6부터 10까지 침착하게 선수 권리 행사를 한 다음 12를 차지하자 오히려 백보다 중앙 흑이 더 불안해 보인다. 게다가 언제든지 백B가 절대선수여서 앞서 설명했던 흑C, 백D, 흑E의 뒷맛까지 사라졌으니 흑의 공격이 완전히 실패한 셈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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