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 메시지 주효
충청ㆍ대구서도 기대 이상 성적
전국정당 모양새 갖춰 반색
싸늘한 호남 민심 뒤집기 실패
내년 대선 앞두고 최대 숙제로
‘야권 분열’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대성공을 거뒀다. 당초 세 자리 수 의석 확보도 힘들다는 예측이 있었지만 13일 오후 11시 30분 현재 개표 결과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을 압도하고 부산경남(PK)에선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등 고무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여기에 전국정당 모양새까지 갖추면서 향후 정국 운영 및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야권 텃밭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크게 뒤진 대목은 앞으로 더민주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더민주의 성공은 수도권 대승과 PK에서의 선전 덕분이다. 사실 더민주가 이번 선거에서 기댈 곳은 수도권뿐이었다. 전통적으로 안전하게 의석을 확보했던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힘겨운 싸움을 펼쳤기 때문에 수도권 경쟁에서도 밀리면 참패로 직결될 상황이었다.
특히 선거전 막판 호남발 국민의당 녹색 바람이 수도권까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접전 지역이 늘어남에 따라 더민주 입장에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 관계자는 “2주 전 당 차원에서 전국 110곳을 대상으로 기존 유선전화와 안심번호를 혼합한 방식의 정밀 여론조사를 진행했을 때만 해도 수도권에서 우리 후보들의 상승세가 뚜렷했다”며 “그러나 지난 주 추가로 30~40곳을 뽑아 여론조사를 했더니 상승세가 주춤해지며 대부분 초접전지역으로 변하자 당이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경제 심판론을 내세워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정책 실패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점이 수도권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낸 요인으로 보인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수도권의 젊은 유권자들이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심판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경제라는 선거 메시지가 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주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PK에서의 선전에도 고무됐다. 부산에서 4석 안팎, 경남에서 2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낙선한 후보들도 새누리당과 접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에 실망한 지역 민심이 반영됐고, 그 동안 여러 차례 선거에 나와 떨어지면서 인지도를 쌓은 우리 당 후보들의 밑바닥 훑기가 시너지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또 충청권과 대구 강원 제주에서도 일정 성과를 내며 전국적으로 고르게 지지를 얻었다는 점도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호남 참패는 큰 숙제로 남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잇따라 호남을 찾아 더민주에 대한 싸늘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뒤집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정 교수는 “전국적으로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따끔하게 질책하는 결과지만 호남만 놓고 보면 더민주에 대한 심판 정서가 분명하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민주에게 등돌린 텃밭 호남의 민심을 어떻게 되돌리느냐가 더민주에게는 큰 숙제”라고 전망했다. 호남 노년층의 표심을 사로잡을 전략 마련과 반노 정서 극복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비례대표 투표에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면서 어두운 그림자로 남기게 됐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