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은 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세포들의 핵에는 염색체가 있고, 그 안에는 네 종류 염기로 구성된 DNA 사슬이 이중나선구조로 얽혀있다. 생명 진화의 주체라는 유전자는 그 DNA 사슬의 특정 부분에 위치해 세포 분열을 통해 후세대에 전달된다. DNA의 염기 서열을 규명하는 일은 유전의 비밀, 생명 진화의 새로운 비밀을 여는 첫 관문이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의 발의로 1990년 10월 첫 국제학술회의가 열렸고,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 6개국 과학자들의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거기 이스라엘과 러시아 등 12개국과 미국 생명공학회사 셀레라 지노믹스 등이 가세했다. 생명공학 사상 최대의 프로젝트였던 휴먼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된 건 2003년 4월 14일. 인간의 몸 DNA 사슬의 32억 쌍 염기 서열이 99.99% 규명됐다. 게놈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nomosome)를 합성한 말(지놈ㆍ유전체라고도 한다)이다.
완성된 유전자 지도는 프로젝트의 성과, 즉 답인 동시에 방대한 문제지이기도 했다. 비유하자면 복잡한 회로 기판을 간신히 열었을 뿐, 2만여 개의 개별 유전자가 각각 어떤 기능을 하는지, 배열 자체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밝혀내는 게 새로운 과제였다. 기초공사를 끝낸 현대 생명공학은 이후 본격적인 건축, 즉 ‘포스트 게놈 프로젝트’를 개별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류는 유전자의 비밀을 채 10%도 밝혀내지 못했다. 유전 정보가 없어 ‘정크DNA’라고도 불리는 인트론(전체 유전자의 약 95%)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거의 밝혀진 게 없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획기적인 성과였다. 유전자의 기능과 변이-질병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일은 해당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구원의 희망이다. 암 당뇨병 등 난치ㆍ불치의 유전 질환들이 그 덕에 조기 진단과 새로운 치료의 시험대 위에 놓일 수 있었다. 휴먼게놈 프로젝트의 원래 목적이 유전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인공지능(AI)과 마찬가지로, 게놈프로젝트 역시 윤리적 숙제를 떠안고 있다. 이른바 유전자 차별이다. 취업과 결혼 출산 등 상상하기 힘든 영역에서 생물학적 차원ㆍ과학적 차원의 차별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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