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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에 패배 안긴 총선 민의에 겸허히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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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당에 패배 안긴 총선 민의에 겸허히 따라야

입력
2016.04.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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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 과반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반면 야권 분열의 결과로 수도권 지역에서 고전이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은 서울과 경기 도시지역에서 선전, 목표 의석 107석을 무난하게 넘겼다. 또 국민의당은 광주ㆍ전남북에서 제1당으로 부상하는 약진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00년 16대 총선 이래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시대가 다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정부의 권력누수가 본격화할 것임과 동시에 ‘노동개혁’ 등 4대 개혁 과제에 대한 입법적 뒷받침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한편으로 국민의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의 2배 가까운 의석을 확보, 1996년 15대 총선 이래 20년 만에 국회에 3당 정립(鼎立) 체제가 들어서게 됐다. 여야의 일방적 대결과 갈등으로 점철된 의정 대신에 3당이 의안 별로 합종연횡하는 새로운 양상을 보여줄 것이어서, 여야 모두의 정치 행태 변화가 요구된다.

이 같은 총선 결과는 예상과 달리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의 표보다는 여당 고정표를 많이 갈라 가졌음을 드러냈다. 정치 중심세력인 중도보수층이 정부ㆍ여당에 대한 반감으로 분화해 국민의당 쪽으로 적잖이 지지를 옮긴 셈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정부ㆍ여당의 오만한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요약할 만하다.

청와대와 여당에 분명한 경고 던져

여당에 대한 민심의 반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집권당, 아니 최소한 공당의 공천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무리한 공천과 그에 따른 당내 논란이 부른 지지층의 실망이 컸다. 그때그때 공천의 잣대가 달라졌고, 보복공천 색채가 두드러지면서 이른바 진박(眞朴)ㆍ친박(親朴) 세력에 후보 자리를 몰아주기 위한 속수(俗手)라는 여론의 비난이 들끓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서 끝까지 무공천 자세를 고수, 수도권에서의 대대적 지지 이탈을 부추겼다. 나중에 김무성 대표가 지원유세에서 공천 논란에 대해 무릎 꿇고 사죄하며 용서를 빌었지만, 이미 때가 늦었던 셈이다.

이런 공천 혼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살리려는 데서 비롯했다는 점에서 여당의 이번 패배는 오랫동안 ‘선거의 여왕’으로 통해 온 박 대통령의 불패 공식이 깨진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유승민 파동’ 당시 ‘배신의 정치 심판’을 비롯한 정치 화두를 잇따라 던졌다. 정부ㆍ여당에 ‘입법 방해’로 비쳤을 야당의 정치 행태에 대해서도 은연중에 심판을 호소했다. 총선 직전까지 선거개입으로 해석될 만한 언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거듭된 박 대통령의 호소는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했다.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마련 등 경제ㆍ사회 실적의 부진에 따른 국민 불만을 고려하지 못한 일방적 주문은 오히려 불통(不通)과 오만으로 비치기 십상이었다. 국민은 분명히 심판했다. 그러나 그 방향은 권력의 요구와는 정반대였다.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보여준 집단적 균형감각은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총선 직전까지 이어진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노력이 무산되면서 한때 수도권 곳곳에서 여당 후보의 어부지리가 점쳐졌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전통적으로 여야 후보의 경합이 치열했던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어부지리를 실현한 여당 후보는 거의 없었다. 야권 지지표는 더민주 후보에 집중됐다. 여당에 분명한 경고를 보내겠다는 유권자들의 집단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오랜 만의 여소야대와 3당 체제

유권자의 적극적 균형의지는 사상 최저의 18대 총선(46.1%)은 물론이고 19대 총선(54.2%)을 크게 웃돈 투표율(잠정 58.0%)에서도 드러났다.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총선 최초로 사전투표제(투표율 12.2%)가 적용된 영향이 크지만, 기본적으로 한때 무성했던 정치 무관심을 떨쳐낸 유권자의 결단에 힘입은 것이다.

여당이 패배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곧바로 더민주의 승리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더민주는 수도권 선전에도 불구하고, 과거 독점적 표밭이던 호남을 국민의당에 빼앗긴 것은 수도권 더민주 지지표의 적잖은 부분이 지역ㆍ비례대표 투표를 나눈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임을 일깨운다. 반면 교섭단체 구성조차 불확실했던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입지를 굳혀 이번 선거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더민주를 탈당한 이래 후보 단일화 유혹을 뿌리치고 ‘3당 정치’를 향한 의욕을 불태운 안철수 공동대표의 정치적 승리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로 지역주의를 단숨에 허물지는 못했어도 그 단단한 벽에 크게 금을 냈다. 야당 불모지인 대구에서 더민주 김부겸 후보(수성갑)와 사실상 더민주 후보인 무소속 홍의락(북을) 후보의 낙승, 부산경남(PK) 지역의 더민주 선전, 여당 불모지인 호남에서새누리의 2석 획득 등으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정치변화의 씨앗이 싹텄다.

선거는 끝났다. 남은 것은 표로 드러난 주권자의 뜻을 정치권이 겸허히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이제 국민 관심이 내년 대선과 그 예비주자들에게 옮겨 가는 것도 자연스럽다. 어느 누구의 독선과 아집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민심의 준엄한 경고를 비틀려고 애쓰지 말고, 여야 모두 소통과 대화, 타협과 양보의 정치를 향한 다짐을 새로이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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