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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공천ㆍ호남 기득권 안주에 성난 표심… 여야 텃밭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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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공천ㆍ호남 기득권 안주에 성난 표심… 여야 텃밭 무너졌다

입력
2016.04.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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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與 올인 거두고 인물 투표

투표율 전국 최저로 분노 반영

부산, 18곳 중 6곳 야권 약진

강남벨트ㆍ분당도 예상밖 초접전

호남선 거센 ‘더민주 심판론’

제1당 지위는 국민의당으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오후 투표참여 홍보물이 설치된 서울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서 시민들이 거닐고 있다. 뉴시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12일 오후 투표참여 홍보물이 설치된 서울 청계천 모전교 인근에서 시민들이 거닐고 있다. 뉴시스

4ㆍ13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 폭격을 맞았다. 거대 양당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던 정통 텃밭의 표심이 돌아서면서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했다.

새누리당이라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는 여당 올인을 거두고 ‘인물 투표’로 성난 민심을 드러냈다. “미꾸라지 연못에 메기를 풀어달라”던 김부겸 더민주 후보는 경기지사를 지낸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물리쳤다. 또 새누리당을 탈당한 유승민(동을)ㆍ주호영(수성을) 무소속 후보와 더민주를 탈당한 홍의락(북을) 무소속 후보를 선택했다. 이로써 빨간색(새누리당 상징색) 일색이던 대구 지역구 12곳 중 4곳에 야당과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서 ‘컬러풀 대구’가 됐다.

보수의 든든한 지지기반이었던 새누리당의 강남벨트도 크게 흔들렸다. 14일 오전 1시30분까지 진행된 개표결과에선 강남을의 전현희 더민주 후보가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를 7.8%포인트 앞서며 우위를 점했고, 송파을ㆍ병 2곳에서도 더민주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앞서갔다. 견고했던 ‘강남 3구(서초ㆍ강남ㆍ송파)’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도의 강남으로 ‘천당 아래 분당’이라던 분당 2곳에서도 이변이 연출됐다. 당초 관측과 달리 같은 시각 성남분당갑에서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가 김병관 더민주 후보에게 7.7%포인트 밀리는 모습이었고, 성남분당을에서도 더민주 김병욱 후보가 새누리당 친박계 전하진 후보를 7.7%포인트 앞섰다.

새누리당을 향한 분노는 일찌감치 투표율에서 표출됐다. 18대 대선 당시 79.7%의 투표율을 보였던 대구가 이번에는 54.8%로 전국 꼴찌가 됐다. 새누리당을 찍느니 기권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은 최종 투표율이 55.4%로 대구 다음으로 적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불출마와 조경태 의원의 새누리당 입당으로 부산 석권을 노렸던 새누리당이지만 18곳 가운데 무려 6곳에서 더민주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접전지로 분류됐던 북강서갑은 더민주 전재수 후보가 새누리당 박민식 후보를 눌렀다. 뚜껑을 열어보니 사하갑에선 최인호 더민주 후보가, 사상에선 무소속 장제원 후보가 당선돼 등 새누리당의 낙동강벨트 전체가 흔들렸다. 개표율 93.4%까지 진행된 부산 연제에선 김해영 더민주 후보가 김희정 새누리당 후보를 1.8%포인트 차로 근소하게 앞서 나갔다. 진갑(김영춘)ㆍ남을(박재호)에서도 더민주 후보가 당선됐다.

호남의 맹주였던 더민주는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에 맥없이 무너졌다. 텃밭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호남의 ‘기득권 정당’인 더민주에 대한 심판론이 국민의당 몰표로 나타났다.

방송3사 출구조사와 진행된 개표 결과를 종합하면, 호남 28곳 지역구 중 국민의당 23곳, 더민주 3곳, 새누리당 2곳에서 당선이 확정적이다. 국민의당이 단숨에 호남 제1당의 지위를 거머쥔 것이다. 특히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선 국민의당이 8석을 석권하면서 더민주는 고개를 떨궈야 했다. 더민주가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던 광산을에서도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가 과반 지지를 얻어 재선에 다가섰다. 그 외 지역에선 국민의당 후보들이 압도적 표차로 더민주를 앞섰다.

전남에서도 국민의당은 10석 중 8석을 휩쓸었다. 더민주는 함평ㆍ영광ㆍ장성ㆍ담양에서 이개호 후보만 당선됐다. 더민주의 현역 의원인 우윤근(광양ㆍ곡성ㆍ구례) 신정훈(나주ㆍ화순) 김영록(해남ㆍ진도ㆍ완도) 후보는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호남 유일의 새누리당 지역구인 순천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노관규 더민주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더민주는 전북에서 이춘석(익산갑), 안호영(완주ㆍ무주ㆍ진안ㆍ장수) 후보 2명의 당선을 확정했다. 전북 표심의 바로미터인 전주 3곳은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에 넘겨주는 수모를 겪었다. 국민의당은 전주갑(김광수)과 전주병(정동영), 새누리당은 전주을(정운천)을 차지했다. 전주병은 혈투 끝에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가 현역인 김성주 더민주 후보를 꺾었고, 전주을에선 정운천 후보가 19대 총선에 이어 재도전 끝에 지역주의 장벽을 넘어섰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더민주의 광주 공천 실패와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오히려 호남 민심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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