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채병용. /사진=SK
팀이 이길 때나 질 때, 선발이든 불펜이든 상황과 보직을 가리지 않고 나간다. 보통 투수라면 소화하지 못하는 역할이다. 그런데 SK 채병용(34)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 그는 "욕심을 부릴 나이가 아니다"라며 "휴식일 빼고 매일 나간다는 마음"이라고 개의치 않았다. 김원형 SK 투수코치는 "지난해까지 '5분 대기조'였다면 올해는 시간을 좀 더 주는 '10분 대기조'"라고 채병용의 보직을 설명했다.
그럴 만한 이유는 다 있다. 현재 SK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중간 투수는 채병용이다. 구위도 예년보다 빼어나다. 김 코치는 "직구에 힘이 붙다 보니 변화구도 더욱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며 "투수는 결국 직구가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채병용의 직구 최고 시속은 140㎞ 초반에 형성되지만 타자들은 꼼짝 못한다. 초당 회전 수도 40.6회로 리그 평균(38.2회)보다 높다.
실제 채병용은 12일 인천 KIA전에서도 7회 1사 만루 위기에서 이홍구와 백용환을 모두 직구로 삼진 처리하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날까지 성적은 5경기 등판 1승 평균자책점 0이다. 다음은 채병용과 일문일답.
-정해진 보직 없이 여러 상황마다 나가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준비는 불펜에서 다 하고 나가는 것이라 상관없다. 모든 상황에서 똑같은 생각으로 나간다. 지고 이기고를 떠나 마운드에 오른 순간 최선을 다하면 된다. 모든 불펜 투수들처럼 휴식일 빼고 매일 나간다는 마음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후보로 꼽혔다가 다시 불펜으로 던지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선발 후보라는 얘기 자체도 듣지 않았다. 고참이니까 경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어느 보직이든 내 몫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럴 나이도 아니다. 매년 해왔던 역할이라서 불펜으로 던지는 거에 부담감은 없다. 상황에 맞춰서 하면 된다. 몸은 익숙해져 있는 상태다."
-김용희 감독이나 김원형 투수코치가 현재 구위를 높게 평가한다.
"캠프 때부터 몸 상태는 상당히 좋은 것 같았다. 잘 준비해 만들어 왔고, 현재 굉장히 만족스럽다."
-SK 불펜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투수조 분위기는 항상 최고다. 어느 팀을 만나도 우리 팀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팀 마운드가 강하다는 걸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FA를 앞둔 지난해와 계약을 마친 올해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작년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지난해에는 약간의 조급함도 있었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올해는 편안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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