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대만인 8명 강제송환으로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갈등이 재점화할 지 주목된다. 내달 20일 독립 성향의 대만 민진당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양측 간 신경전은 이미 고조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3일 사설을 통해 “중국 당국이 국제법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근거해 대만인 8명을 본국으로 송환한 것을 강제연행ㆍ납치라고 비난하는 건 ‘대만 독립’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대만 외교부가 “이번 강제 송환은 사법절차를 무시한 비문명적인 불법 납치이자 엄중한 인권 위반”이라며 송환을 촉구한 데 대한 정면대응이다.
양측이 날을 세우고 있는 사안은 케냐 정부가 2014년 말 전화ㆍ인터넷 사기 혐의로 체포한 중국인ㆍ대만인 등 77명을 추방하는 과정과 관련돼 있다. 케냐는 이들의 신병 처리 문제를 미수교국인 대만 대신 중국과 협의해왔고, 최근 무죄를 선고받은 대만인 23명 중 8명을 중국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대만 정부는 친중 인사인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까지 발끈하고 나섰다. 마 총통은 지난 11일 “대륙(중국)이 사전통보 없이 우리 국민을 강제 연행한 것은 정의에 위배되는 불법 조처”라며 유관 부서에 중국과의 석방 교섭을 지시했다.
반면 중국은 사안의 휘발성을 감안한 듯 그간 정부 차원의 직접 대응을 자제해왔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케냐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온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이날 대만의 반발을 정치적 의도로 규정하면서 향후 중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번 사안으로 대만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될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대만의 반발이 뻔한데도 중국이 강제송환에 나선 건 민진당 정부 길들이기 성격이 짙어 보인다”며 “차이잉원(蔡英文) 차기 대만총통까지 나설 경우 양안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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