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애플 아이폰 해킹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해준 배후에는 ‘그레이 해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 해커는 해킹을 통해 기업의 컴퓨터 보안체계 취약점을 알아낸 후 그 정보를 넘겨 돈을 버는 이들을 말한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FBI가 해커에게 작업을 의뢰했다”며 “지금껏 한번도 보고되지 않았던 아이폰 보안 취약점을 해커가 FBI에 알려준 덕분에 해킹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아이폰 해킹에 이스라엘 보안업체 셀레브라이트가 협조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FBI가 도움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FBI는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테러범의 아이폰 보안을 풀어달라고 애플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해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FBI가 고용한 해커가 아이폰 보안 비밀번호를 해제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6분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다만 FBI 관계자는 “현재 아이폰 보안 해킹이 가능한 기종은 ‘아이폰 5c’ 중에서 iOS9 실행체제로 운영되는 것뿐”이라며 “아이폰 전체 기종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FBI가 아이폰 해킹에 성공한 이후 많은 보안전문가들은 미 정부에 아이폰에서 발견한 보안 취약점을 애플에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아이폰 사용자들의 사생활을 보호하려면 보안 취약점을 메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애플이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 행정부는 공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FBI는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FBI 관계자는 “우리가 발견한 아이폰의 취약점을 공개하면 애플이 금방 고칠 테고 그러면 아이폰 보안 해제를 두고 FBI와 애플이 대립했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다른 사건 수사에 사용할 여지가 있는 만큼 당분간 공개할 뜻이 없음을 피력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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