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현장 곳곳에는 경제가 숨어 있다. 선수단 유니폼에 새겨 있는 로고와 그 위치에도 모두 자본의 논리가 내포돼 있다. 경기장 티켓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 입장료는 여러 가지 경제 법칙에 따라 천정부지로 뛰기도 하고 적정 수준에서 머물기도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13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레스터시티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인 에버턴전(5월8일) 티켓은 매진된 뒤 온라인상에서 2장에 최대 1만5,000파운드(약 2,400만 원)의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원래 가격인 장당 22파운드(3만5,000원)의 약 341배에 이른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미국프로농구(NBA)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인 73승에 도전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72승9패)의 시즌 마지막 경기와 코비 브라이언트(37ㆍLA 레이커스)의 은퇴 경기 티켓 가격이 폭등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온라인 티켓 예매사이트 ‘TiqIQ’를 인용해 “골든스테이트가 11일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꺾고 72승째를 올린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티켓 가격이 134% 뛰었다”며 “브라이언트의 고별전인 14일 유타 재즈전 티켓 가격도 적어도 스포츠 사상 가장 비싼 정규 시즌 티켓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티켓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 자유 경쟁 중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는 지점에서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는 매년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아예 갤러리를 후원자인 ‘패트런(Patron)’ 개념으로 바꿨다. 주최 측은 1972년부터 공식적인 티켓 판매를 제한하고 이전까지의 티켓 구매자들인 패트런들에게 평생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망자가 생겨야 다른 사람에게 구매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따라 암표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때면 1주일권 티켓 가격이 최대 1만 달러(약 1,150만 원)까지 치솟는다.
티켓 가격에는 ‘베블렌 효과’가 적용되기도 한다. 19세기 말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이론으로, 가격이 오르더라도 과시욕 등의 심리가 작용해 수요가 존재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가 선보인 1,000만 원 시즌권은 관람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다. 구매자는 경기장 리무진 픽업 서비스는 물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전용 좌석을 부여 받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특급 호텔 숙박권, 골프 라운드권, 종합건강 검진권, 고급음식점 식사권 등 혜택들도 누린다. ‘플래티넘 11’로 불리는 초고액 시즌권의 판매는 구매자, 구단, 리그, 사회에 ‘윈윈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구매자는 커다란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며 구단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아울러 구단이 판매액의 일부를 사회공헌 지원금으로 돌린다고 약속함에 따라 리그와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밴드웨건 효과’도 나타난다. 밴드왜건은 악대가 선두에 서는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역마차를 일컫는다. 티켓 판매시 ‘한정판’ 등 문구를 내세우면 구매자들이 몰리는 이치다. 2014년 9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명문 뉴욕 양키스는 ‘전설’ 데릭 지터의 은퇴식을 보러 입장하는 관중에게 지터를 기념하는 한정판 동전을 선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해당 경기 입장권의 수요가 더욱 늘어났고, 암표 가격도 폭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람을 망설이던 팬들은 ‘한정판’이라는 문구와 사람들의 잇따른 티켓 구매에 과감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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