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여성의 발가락을 몰래 만진 행동도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광만)는 여성의 발가락을 몰래 만지고 다리를 촬영한 혐의(강제추행) 등으로 기소된 김모(28)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김씨가 이 사건과 별개로 여자화장실에 숨어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도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김씨에게는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려졌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새벽 인천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탁자에 엎드려 잠든 낯선 여성의 발가락을 만지고 다리 부위를 촬영했다.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인천 남동구 일대 빌딩의 여자화장실이나 버스정류장 등에서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의 다리 사진과 동영상 190여장을 찍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여성들을 촬영한 혐의는 모두 인정했지만 발가락을 만진 것은 추행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만진 신체부위가 성적 수치심과 관계 없는 발가락이고 불과 1~2초를 만졌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 모두 김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추행은 신체 부위에 따라 본질적 차이가 없다”며 “잠을 자고 있어 저항할 수 없는 피해자를 갑자기 만진 것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하고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수사과정에서 “커피전문점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안면도 없는 낯선 피해자를 만지려고 들어갔다”고 진술한 점도 고려됐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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