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분명 껄끄럽다. 하지만 나머지 상대를 보면 크게 나쁘지 않다.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와 A조에 속했다. B조는 호주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태국이다. 중동 팀이 한 조에 몰리지 않았고 강 팀들도 고루 분배됐다는 평가다. 최종예선은 12팀이 두 조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로 풀리그를 펼쳐 각 조 1,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3위끼리 홈앤드어웨이(10월 5일, 10월 10일)로 맞붙어 승리한 팀이 북중미 4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11월 6일, 11월 14일)를 치러 이기는 팀이 러시아로 간다.
‘악연’ 이란
이란과는 정말 악연이다.
한국과 이란은 2010 남아공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연이어 만났다. 남아공 예선에서는 두 번 다 1-1로 비겼고 브라질 예선에서는 두 번 다 0-1로 졌다. 특히 2013년 6월, 울산에서 열린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 카를로스 케이로스(63) 감독이 최강희(57ㆍ현 전북현대)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려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에서 9승7무12패로 열세고 최근 3연패다. 특히 ‘원정팀의 무덤’ 테헤란에서는 6번 싸워 2무4패로 한 번도 못 이겼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도 2014년 11월 테헤란 친선경기에서 0-1로 진 적이 있다. 이번이 설욕의 기회다. 안정환(40) 축구 해설위원은 “이란은 세대교체가 무리없이 됐고 예전에는 빠르지 않았는데 요즘 스피디해졌다. 신체 조건은 유럽과 대등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이란보다 호주와 한 조가 되는 게 낫다고 봤다”며 경계하며 “주먹감자 사건 같은 안 좋은 기억이 많은데 이번에 이겨서 꼭 자존심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중전도 관심이다. 한국과 중국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만난 건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는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한국은 중국과 역대 전적에서 17승12무1패로 압도적 우위지만 딱 한 번 패배를 안긴 장본인이 현재 중국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가오 홍보(50) 감독이다. 가오 홍보의 중국은 2010년 일본 동아시안컵에서 허정무(61) 감독이 이끌던 한국에 3-0 완승을 거두고 32년 동안 이어지던 공한증을 깼다.
승점자판기 우즈베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만만한 팀이 아니지만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좋은 기억이 많다. 1998 프랑스, 2006 독일, 2014 브라질 등 3번이나 최종예선에서 격돌해 한국이 4승2무로 우세하다. 한 마디로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의 승점자판기였다. 조 추첨 전 우즈베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3번 포트였는데 이동거리나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보다 훨씬 낫다는 분석이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이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앞서 바람몰이를 위해 러시아월드컵에 꼭 출전하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까다로운 상대임이 틀림없다. 시리아도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복병이다.
초반 중동 원정 고비
시차 적응과 텃세, 생소한 기후와 잔디.
한국이 중동 원정을 꺼리는 요인들이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중동 원정은 초반이 고비다. 한국은 9월 1일 중국과 홈경기에 이어 곧바로 6일 시리아 원정을 떠난다. 10월 6일 카타르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뒤 11일 이란 원정이다. 특히 10월에 있을 카타르-이란과 2연전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017년 일정은 나쁘지 않다. 3월 23일 중국에서 원정 경기를 치른 뒤 28일 국내에서 시리아와 맞붙는다. 시차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큰 무리가 없다. 6월 13일 카타르 원정을 떠나지만 다음 이란전이 8월 31일 홈경기라 시차 적응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A조가 B조에 비해 전력들이 더 비슷하기 때문에 힘든 경쟁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어차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가려면 조 2위 이상의 성적을 내야 하는 만큼 어느 조에 속했는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박지성(35) JS파운데이션 이사장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하고도 예정됐던 조 추첨자로 나서지 못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박 이사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제안에 따라 1~3번 시드 추첨자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당일 현장에서 4~6번 시드 추첨자였던 사미 알 자베르(44ㆍ사우디아라비아)가 불참하면서 박지성도 함께 안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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