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행차 全구간 재현 방안 확정
사도세자 능으로 참배가는 모습
10월 8,9일… 말 160필 동원
출궁ㆍ출성ㆍ수라잔치도 원형대로
세계적 퍼레이드로 발전 기대
조선 역대 왕중 이름난 효자로 알려진 정조대왕의 사도세자 참배행사인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220여년 만에 옛모습대로 재현된다.
12일 서울시와 수원시에 따르면 두 지자체는 10월 8일부터 9일까지 서울 창덕궁부터 수원시 화성행궁을 거쳐 화성시 융릉에 이르는 정조대왕 능행차 전구간(50.8km)을 공동재현하기로 협의, 최근 실행방안을 확정했다. 능행차의 전 구간이 재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에 참배하기 위해 창덕궁에서 융릉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행사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가 합장된 융릉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으며 인근에 정조대왕과 효의왕후를 모신 건릉이 자리잡고 있다.
당시 정조대왕은 양주에 있던 사도세자의 묘를 1789년 현재 화성의 융릉으로 옮긴 뒤 13차례에 걸쳐 참배했다. 가장 대규모로 시행된 1795년 2월 능행차는 화성행궁에서 거행된 혜경궁홍씨의 회갑연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인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반차도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기록에 따르면 능행차는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한강 배다리 터~안양~수원화성을 거쳐 융릉까지 약 50km 구간에서 이틀 동안 진행됐다. 관례상 국왕이 중앙에 위치하는 다른 행차와는 달리 정조가 앞에서 인도하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가마가 중심에 위치했다. 행렬 주변에 의장 깃발, 갑옷을 입은 호위병, 음식을 실은 수라가마, 행렬 앞에 군대와 악대가 섰다. 그림에 나타난 사람만 1,505명, 말이 516필에 이른다.
이번 재현행사에서 첫날 행렬은 8일 오전 9시에 창덕궁을 출발해 남대문과 노들섬을 거쳐 오후 6시 시흥행궁지에 도착한다. 행렬은 다음날 오전 9시에 시흥행궁지를 출발, 안양행궁, 화성행궁을 거쳐 오후 7시에 융릉에 도착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한다. 행렬에 참여하는 인원은 구간별로 다르지만 최대 사람 1,231명과 말 160필이 동원될 예정이다.
두 지자체는 이번 행렬이 최초의 전구간 재현행사인 만큼 창덕궁의 출궁의식, 숭례문의 출성의식, 화성행궁의 수라잔치 등 고증을 거쳐 의궤원형을 재연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주요 행차 경로에서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조선왕조를 통틀어 가장 성대한 행사였던 정조대왕 능행차의 전 구간이 재현되면 전국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가 된다. 서울시는 예상 외국인 관광객이 5만 여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정조대왕 능행차 연시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역사와 문화를 담은 세계적인 가두 퍼레이드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조대왕 능행차는 민선 4기 때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공동 재현을 추진했으나 수원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서울시와 수원시에 속한 일부 구간에서 각각 행사를 시행하다 지난해 능행차 공동재현을 협의해왔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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