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에 이어 서울시가 11일 지자체 가운데 두 번째로 ‘청년수당’ 지급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이미 지난 1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이름은 달라도 내용은 비슷하다. 구직 등 미취업 청년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가 예산으로 일정기간 현금성 활동비를 지급해주겠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역내 1만1,300명에게 분기 당 12만5,000원 상당의 상품권을 1년 간 지급한다. 서울시는 7월부터 3,000명을 선발해 매월 50만원, 최장 6개월 간 현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 학업을 마치고도 마땅한 일자리를 잡지 못해 ‘백수’로 지내는 처지의 수많은 청년들에겐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다못해 교통비나 취업을 위한 학원비에 보태더라도 부모님께 조금은 덜 죄송할 것이다. 하지만 월 50만원이면 시급 5,000원을 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청년이 하루 5시간씩 한 달 가까이 애써 일해야 받을 수 있는 급여다. 그걸 그냥 뿌리겠다니, 이재명 성남시장이든 박원순 서울시장이든, 대중적 인기를 노린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쏠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 하지만 청년수당이 전혀 뜬금없는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에 앞서 이미 청년 취업난을 겪은 유럽연합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청년 보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직업교육을 받는 청년들에게 매월 60만원 정도씩 청년수당을 지급하는 프랑스는 최근 청년수당 예산을 더욱 늘리기로 했다. 복지사업 간 형평성을 고려해도 타당성이 없지는 않다. 일례로 직장을 다니다 실직한 사람들에겐 재취업 지원을 위한 실업수당을 지급하면서, 생애 최초 취업에 나서는 미취업 청년들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어색하다.
▦ 그럼에도 서울시나 성남시의 시책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건 유아독존식의 조급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포장되든 복지시책은 한 번 시행하면 거두기 어렵다. 따라서 예산 씀씀이의 우선순위에 대해 분명한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옳다. 더욱이 청년 지원책은 비단 서울시나 성남시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보다 폭넓은 정치적 합의를 거쳐 전국의 모든 청년을 대상으로 차별 없는 지원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과정 없이 대뜸 일을 벌이고, 정부와 지자체가 법정다툼을 벌이니 여론이 어지러운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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