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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 50km ‘금녀의 벽’ 허물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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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보 50km ‘금녀의 벽’ 허물어지다

입력
2016.04.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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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경보에도 여성 출전이 허용된다. 사진은 2015년 8월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보 여자 20㎞ 경기 장면. 베이징=AP 연합뉴스
50㎞ 경보에도 여성 출전이 허용된다. 사진은 2015년 8월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보 여자 20㎞ 경기 장면. 베이징=AP 연합뉴스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종목은 육상이다. 남녀 합쳐 47개인데 홀수인 이유는 50km 경보 때문이다. 육상에서 마라톤(42.195km)보다 긴 유일한 종목. 4시간 가까운 ‘지옥의 레이스’를 마치면 몸을 가누지 못해 휠체어에 오르는 선수가 있을 정도다. 여성에겐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그 동안 출전이 금지됐다.

50㎞ 경보에서 ‘금녀(禁女)의 벽’이 허물어졌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2일(한국시간) "50㎞ 경보에 여자 선수도 출전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다음 달 7일부터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IAAF세계경보 팀선수권대회 50km 경보에 여자 선수가 나설 수 있다. IAAF는 작년 8월 이사회에서 경기규칙 개정을 통해 50km 여자경보 기록을 인정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까지 공식경기가 진행된 적은 없었다.

세바스찬 코(60) IAAF 회장은 "약 10년 전 장대높이뛰기, 해머던지기에 여성 종목이 생긴 이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50km 경보에 성차별을 없앤 것은 매우 중요한 진전이며 환영할만한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로마 선수권에서 50km 여자경보가 남자와 따로 열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IAAF는 앞으로 남녀를 구분해 단일 종목으로 발전시킬 의지가 있다. IAAF는 "참가 선수 수와 기록 추이 등을 고려해 50㎞ 여자경보 신설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는 미국의 여자 경보 선수 에린 타일러-탈콧(38)이다. 그는 2011년부터 "여자 선수의 50㎞ 경보 출전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거부했다. 타일러-스콧은 포기하지 않고 '초청 선수' 신분으로 50㎞ 경보에 참가했지만 기록은 공인되지 않았다. 이번 로마 선수권을 앞두고 IAAF에 진정서를 제출해 끝내 IAAF 규칙 심사위원회에서 변화를 이끌어냈다. 로마 선수권 50㎞ 경보에서 타일러-탈콧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첫 '공식 기록'으로 인정을 받는다. 타일러-탈콧은 "많은 감정이 혼재된 상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종목인 50㎞ 경보에서 여자 선수도 정식 선수로 인정받으며 공인 기록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리우 올림픽에서는 여자 선수가 50㎞ 경보에 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IAAF는 "IAAF가 주관하는 대회는 우리가 정한 규칙을 따르지만 올림픽에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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