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불양수라 했는데… 옹달샘 만들어”
총무원장 등 피고 13명 모두 징역형
12일 오후 2시 15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23호 법정. 스님 13명이 판사 앞에 서서 꾸지람을 들었다. 한국불교 2대 종단인 태고종 승려들이 총무원장 자리를 둘러싼 내분으로 조직폭력배 출신과 용역을 끌어들이고 직접 몽둥이까지 들며 몸싸움을 벌인 ‘태고종 폭력사태’ 선고 재판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성훈 판사는 “‘해불양수’(海不讓水)라 해서 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데, 피고인들이 보인 수년간의 갈등과 재판에 임한 태도를 볼 때 과연 넓은 바다를 지향하는가, 넓지 않은 호수에서 싸우다가 자기만의 옹달샘을 만든 것이 아닌가”라며 질타했다. ‘해불양수’는 피고인들 중 한 승려가 꺼낸 말로, 재판장이 그 의미를 곱씹어보고 선고날 인용한 것이다.
법관의 비판은 계속됐다. 강 판사는 “법원에 자주 오는 초등학생들이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왜 스님들이 재판 받아요?’라고 묻는다면 제가 말문이 막혔을 것이다”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다 안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지도자가 아니라 다 큰 어른들의 행태라고 보기에도 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피고인들을 포함해 방청석을 대부분 차지한 승려 30여명은 굳은 표정이었다. 일부는 불편한 듯 고개를 돌렸다. 방청석쪽 2~3명의 승려는 “하”라며 긴 한숨을 뱉었다.
강 판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고 깨닫길 바란다”면서 “표현 중에 다소 과한 게 있었다면 해량(海諒ㆍ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양해)해달라”고 했다. 바다 아닌 옹달샘이라고 일컬은 스님들을 다시 한번 꼬집은 것이다.
강 판사는 이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ㆍ흉기 등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에게 징역 1년 6월을, 총무부장 양모(59)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또 총무원 측 승려 5명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총무원장 출신 비상대책위원장 종연 스님은 징역 1년 2월을, 비대위 호종국장 이모(55)씨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외 비대위 총무부장 최모(49)씨 등 4명은 징역 10월~1년 및 집행유예 2년으로 13명 모두 징역형에 처해졌다.
태고종 폭력사태는 2013년 9월 도산 스님의 총무원장 취임 후 종단 부채증가와 종립 불교대학 폐쇄 등을 싸고 총무원장 측과 비대위 측 승려들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벌어졌다. 2014년 10월 태고종 중앙종회가 총무원장 불신임을 결의하자 종연 스님은 지난해 1월 폭력조직 출신을 호종국장에 임명, 폭력을 휘두르며 총무원사를 장악했다. 이에 총무원장 측도 용역 8명을 고용해 비대위 소속 승려들을 밖으로 끌어내며 폭력으로 맞섰다. 심지어 저지하던 경찰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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