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국제전람회 한국관에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도자공예 작가 천혜영, 김혜정, 배세진씨를 11일 현지에서 만났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공예작품에 깃든 ‘시간’을 봐달라”고 말했다.
천혜영 작가는 25개의 항아리를 나란히 놓고 ‘해석으로서의 시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1분을 60개로 쪼개고 23초와 24초가 같은 1초라 보는 것은 시간을 왜곡하는 것”이며 “개인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시간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천 작가는 “의도적으로 단순한 모양과 흰 색의 오브제를 사용해 관람자가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만들고 싶었다”며 “시간의 질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의식의 질적인 차이도 경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혜정 작가는 14년 전 우연히 들렀던 네팔의 도자 마을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들려 줬다. “옛날의 어색한 방식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있던” 마을 사람들을 보며 작가는 “그들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소박한 도자 제조 방식을 관찰하며 “바느질 한 땀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현대인들”에 대한 반성도 했다. 그가 빚은 도자기는 대인의 시간관념에 대한 반성을 담고 있다.
배세진 작가는 좀 더 직접적으로 공예와 시간의 관계를 말하고자 했다. 작은 도자 조각들에 일련 번호를 새기고 그 조각들을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 나가며 도자기를 만든다. 이 반복적인 작업에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이름을 붙인 그는 “공예가 반복을 통해 숙달해가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작업은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약 14만 4,000개를 넘었다. 그는 공예를 “시간을 다루는 일”이라고 표현하며 “시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현대사회의 몇 안 되는 경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라노=신은별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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