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사건은 가히 4차 산업혁명의 효과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나게 만들었다. 금년 초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언급되었을 때만 해도 그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정보통신(IT) 기술이 발전해 미래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잘 아는 화두를 다시 던진 정도로만 생각한 것이 필자만일까.
알파고는 인간이 수천년간 쌓아온 지식을 인공지능(AI)이 단기간에 학습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들어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모두가 미래의 일자리를 걱정하기도 하고,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지 못할 분야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어디 AI뿐인가. 사물인터넷 (IoT), 빅데이터, 3D프린팅, 로봇 등의 기술들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과 스타트업들이 이 방면의 주역이 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어쩔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며, 우리 기업들 중 앞서가는 몇몇 기업들이 그런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연계하려는 노력을 전개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상황인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들이 발전하는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대응은 이런 IT기술들이 개인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부분, 즉, 소비자들인 우리들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든다는 부분과 근로자로서의 우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에만 편중되어 있다. 가정의 모든 기기들이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의 편리함, 그리고 우리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를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 같은 뉴스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않을 정도이다. 이 때문에 우리의 대응도 이 방면에서 앞서가는 기업들이 내놓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맞서 국내 산업이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 혹은 협력할 것인 지에만 초점을 맞춰온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이 든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더 무서운 변화가 국내 산업의 생산현장 곳곳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제조 기업으로만 알려져 있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자신들이 판매한 비행기 엔진, 플랜트 설비 등을 모두 산업인터넷으로 연결하여 이들 기계들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모든 정보들 즉, 주변 환경, 작동 시간, 기계들의 반응 등을 모두 모아 빅데이터로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얻은 결과를 이용해 비행기 운항 관리, 공장 설비 효율성 제고, 그리고 사전 제품관리(이를 애프터서비스가 아닌 비포서비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등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나아가 다른 비행기, 공장들에도 그런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도 생산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더욱 확실한 안전을 확보하려면 이런 GE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방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는 GE 서비스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결국 우리 기업들은 자신들의 생산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모두 GE에게 제공하게 되어 점점 더 GE 산업인터넷 서비스의 신뢰도가 높아지는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컴퓨터 시대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를 당연한 운영체계로,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를 기본으로 받아들였던 것처럼 앞으로는 생산 현장에서조차 GE의 산업인터넷을 당연히 구입해야 할 운영체계로 받아들이게 될지 모른다. 이런 상상을 하면 검색 포털은 아마존이 SNS는 페이스북이 전세계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독자 서비스가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이런 산업의 변화를 읽어보면 4차 산업혁명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열심히 해오던 대로 기술개발(R&D)을 강화하는 데만 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국내 산업이 이미 판매했고 계속 판매할 수많은 기기들 특히 선박, 자동차, 공작기계, 플랜트 등을 모두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누군가가 나타나야 할 시기이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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