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요? 환자들이 찾는 의사가 명의 아닌가요? 우리병원은 우스개 소리로 두경부 관련 4차 병원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4차 병원은 없죠 3차 병원이 끝 입니다. 두경부 관련 해서는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한수(45) 이대목동병원 두경부센터장의 자신감 찬 생각이다. 김한수 교수는 두경부암과 갑상선 분야에서 이미 최소절개수술법 등으로 출혈을 최소화 하면서 수술 잘하기로 정평 난 젊고 실력 있는 의사다.
또 갑상선 수술 시 무결찰 무배액관 수술이라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 수술시 출혈이 많아 배액관을 삽입하여 입원 기간이 길어진다. 김교수는 초음파 소작기를 이용하여 무결찰 수술및 무배액관 수술을 시도하여 입원 기간을 단축시켰다. 새로운 수술 방법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을 떼어내는 방법은 목쪽에서 직접하는 것이 가장 표준적이고 쉽다. 하지만 동양 사람들의 경우 서양 사람들에 비해 켈로이드(피부조직이 이상 증식하여 융기하는 현상)가 많이 생겨 흉터가 진하게 나타난다. 이전까지 내시경을 겨드랑이·젖꼭지 등으로 진입시키는 수술 방법이 있었으나 김교수는 귀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을 새롭게 개척했다.
▲좋은 의사가 되는 게 꿈
김교수는 이비인후과 의사다. 의사는 어릴 때부터 김교수의 꿈이었다. 12세, 초등학교 시절 세브란스 병원을 들른 후부터 김교수의 꿈이었다. 그는 항상 "세브란스에서 외과 의사를 하겠다"고 자신의 꿈을 말했었다. 그리고 그는 연세대 의대에 입학하면서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김 교수는 꿈을 이룬 후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꾸준히 공부하는 의사로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다. 그의 머릿속에는 좋은 의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질환을 치료할 때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 그는 친절히 잘 설명하는 것이야 말로 환자들과 믿음을 쌓아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들어서 그가 가장 분노하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의약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갑상선암 수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증상이 없다면 검사도 필요 없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김교수는 "정부의 권고안을 보면 갑상선암은 잘 죽지 않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고 증상이 없다면 검사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이것은 비 전문가들의 무지가 만들어낸 코미디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어떤 의사도 사망률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삶의 질이 중요한 것이다. 시기를 놓치면 생명에 지장이 없더라도 후두가 망가지고 목소리가 변하게 하는 게 갑상선 암이다. 정책을 세운 분들에게 당신 가족이 환자라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으면 다들 대답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이비인후과 관련 수술 중 제일 안타까운 것은 후두와 관계된 수술을 할 때다.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때 김교수는 "다른 방법으로 말씀하셔야 할 것이다" 라는 말을 어렵게 한다.
김교수에게는 큰 깨달음을 얻게 해 준 환자가 있다. 10년 전에 만났던 농아 환자였다. 농아 환자는 처음 "목이 아프다. 며칠 전에 생선을 먹었는데 가시가 걸린 것 같다"고 했다. 개인병원에 들렸더니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해서 김교수를 찾아왔다.
검진결과 농아환자는 혀뿌리가 다 암이었고 암세포가 후두까지 침범했다. 혀를 다 절제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 같은 어려움은 없겠거니 하고 김교수는 생각했다. 김교수는 후두와 혀 전체를 잘라냈고 빈 공간은 배에 있는 조직을 이용해 채워 넣었다. 수술은 완벽했다. 예후도 좋았고 환자는 설암에서 해방됐다.
그런데 이후 생각하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다.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기 위해 오는 이 환자는 항상 '배가 고프다'고 호소했다. 김교수는 "그때 아차 했다. 수술을 하지 않았으면 생명을 이어가지 못했겠지만 혀가 없으니 맛을 못 느끼는 것이다. 맛을 느끼지 못하니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느낌인 것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환자의 먹는 즐거움을 빼앗은 것이다 라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경부 암은 섬세한 작업과 협업이 생명
두경부 암은 갑상선 암을 빼고도 전체 암 발병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양한 발병 원인이 있고 치료방법도 다양하다. 환자가 목이 쉬어 온 경우·혀에 이물질이 생긴 경우·코피가 나오는 경우·뇌에 생긴 암이 아래쪽 기관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두경부 암이다. 쇄골 위쪽에 있는 장기중 눈과 뇌를 빼면 다 두경부 외과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작은 부위에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 망을 뚫고 들어가 질병의 핵심 종양을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두경부의 경우 통합진료는 기본이다. 방사선과·성형외과·임상병리는 항상 함께 회의해야 한다.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재건 방법도 필요하다. 대부분 암환자 이기 때문에 수술 전에 수술부터 치료·재활까지 어떻게 할 지 협의가 돼 이어야 한다.
김교수는 "어떤 수술의 경우 두경부 외과 의사와 내과의사·이비인후과의사·치과의사·성형외과의사·임상병리의사까지 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목과 턱·입근처까지 암덩이가 존재한다면 외과적인 수술로 암을 제거 한 후에도 얼굴 근육·목소리·치아와 외적인 얼굴(미용)에 올 수 있는 이상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꼭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경부암은 큰 병원에 있는 의사와 트레이닝 된 스텝, 최신 장비가 있어야 도전 가능한 분야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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