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초전 7곳서 승리 땐…
오세훈, 종로가 대권 정류장으로
안철수, 文보다 유리한 고지 점령
유승민, 與 과반 이하 땐 ‘권력’
박영선-송영길은 세대 교체 기치

20대 총선 성적표가 나오자마자 정치권은 대선정국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미래권력’을 향한 잠룡들의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그런 만큼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대선 전초전’으로 치러지는 7곳의 승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종로에서 탄생할 여야 다크호스는 누구
청와대를 품고 있는 서울 종로는 윤보선ㆍ노무현ㆍ이명박이라는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한민국 정치 1번지’다. 16대 국회의원과 민선 4ㆍ5기 서울시장 출신인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와 5선 의원으로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를 지낸 정세균 더민주 후보와의 박빙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박진 새누리당 경선 후보가 오 후보를 향해 “종로는 대권 정류장이 아니다”고 했지만 이번에서 승리한다면 오 후보는 여권 내 대선주자 1위 자리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정 후보가 승리한다면 국회부의장은 ‘떼 놓은 당상’, 대권 도전은 ‘파란불’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당 체제’ 앞세워 야권 대선 레이스 주도하나
국민의당 공동대표인 안철수(서울 노원병) 후보는 자신의 당선 여부 못지 않게 국민의당의 의석 수 결과에 따라 향후 행보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대표 선수로 나서 치른 첫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 이상의 성적표를 받을 경우 ‘이미지 정치만 한다’는 비판을 이겨내고 야권의 확실한 대표 선수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원외에 있게 될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주자들과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총선에서 야권이 패배할 경우 국민의당에 쏠릴 책임론 논란, 당내 주축 세력인 호남 의원과의 화합문제 등은 변수다.
TK 수성이냐 탈환이냐
경북 영천 출신으로 경기지사를 지낸 김문수 후보와 상주 출신의 김부겸 후보는 대구의 ‘정치 1번지’인 수성갑에서 접전 중이다. 박정희ㆍ전두환ㆍ노태우ㆍ이명박ㆍ박근혜 5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TK의 ‘아들’임을 자임한 두 후보지만 15차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후보가 줄곧 앞선 상태다. 김부겸 후보는 2014년 대구시장 지방선거까지 수성갑에서 3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부겸 후보가 이기면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대장으로 단번에 야권 대표주자를 꿈꿀 수 있게 된다. 김문수 후보가 이기면 영남을 대표하는 ‘포스트 박근혜’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친노좌장’ 사지에서 걸어나오나
난생 처음 ‘기호 6번’을 달고 무소속 출마하는 이해찬 후보는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와 경쟁에서 살아남을 경우 야권 내 최다선인 7선에 성공함과 동시에 ‘친노 진영’의 버팀목 역할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복당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총선 후 당내 구도 재편 과정에서 친노 진영의 세 확장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거부할 경우 복당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표가 원외에 있는 상태에서 ‘원내 구심점’이 절실한 친노 진영으로서는 그의 복당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그가 돌아오면 총선 후 당의 체질 개선을 예고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대립이 불가피하다.
유승민 생존 이후 당 복귀가 관건
새누리당이 텃밭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대구 동을에서의 생존 확률이 높아진 유승민 무소속 후보는 나홀로 생존이 아니라 동료의 생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신을 도왔다는 이유로 공천 불이익을 받은 류성걸(대구 동갑)ㆍ권은희(대구 북갑)ㆍ조해진(경남 밀양ㆍ의령ㆍ함안ㆍ창녕) 3총사의 귀환에 자신의 복당이라는 정치생명이 달렸다. 여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180석 이상 확보하면 복당은 불가능하다. 반면 과반 언저리라면 합리적 보수를 내건 ‘유승민의 힘’이 여당으로선 필요해진다”고 진단했다.
‘50대 기수론’ 내세워 앞으로
더민주 내 중도개혁 성향인 박영선(서울 구로을), 송영길(인천 계양을) 후보가 총선에서생환하면 ‘50대 기수론’으로 세대교체의 기치를 내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 주류ㆍ비주류 진영의 첨예한 갈등으로 당이 위기에 빠졌을 당시 조정식, 정성호 의원과 김부겸, 정장선 전 의원 등 중도 성향 50대 인사들과 손잡고 ‘통합행동’이라는 모임을 꾸린 바 있다. 특히 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박 후보), 인천시장(송 후보)을 지낸 두 후보는 총선 이후 당대표 경선 등의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과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안대희 전 대법관의 '인생2막' 열리나
새누리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대법관 출신 안대희(서울 마포갑) 후보는 현역인 노웅래 더민주 후보(17ㆍ19대 의원)를 추격하며 2강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노 후보의 부친인 노승환 전 의원은 8·9·10·12·13대에 걸쳐 마포구에서만 5선을 지냈다. 노 후보가 이 지역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이유다. 현재 노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여론조사도 있지만, 오차범위 내로 격차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2014년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에 지명됐다 전관예우 문제로 사퇴한 안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살아 남으면 여당 내 주류세력인 친박계가 대권 주자로 밀 가능성이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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