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투자보다 ‘손익 통산ㆍ9.9% 분리과세’ ISA 혜택 활용이 유리
ELSㆍ신흥국 펀드 편입해 볼 만
전문직 이모(30)씨는 주식ㆍ부동산 직접 투자에만 1억원 가량을 굴리는 ‘공격적’인 투자자다. 세간의 떠들썩한 관심에도 불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시큰둥하던 이씨는 최근 ISA 가입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ISA의 ‘손익 통산’과 ‘200만원 초과 수익에 대한 9.9% 분리과세’ 혜택이라면 충분히 활용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11일 증권사에 이어 시중은행까지 일임형 ISA를 출시하는 등 금융사들의 ISA 상품 구성이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춰 가면서 각자의 투자 성향에 따른 ISA 활용 방법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전 투자 성향의 일임형 ISA를 골라 금융사에 투자를 맡기는 경우와 달리, 평소 원금손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수익을 추구하던 투자자에게 ISA는 그다지 매력이 없을 수 있다. 5년간 총 1억원(연간 2,000만원씩)의 투자한도에 비해 원금의 2%에 불과한 투자차익 200만원까지로 비과세 한도가 묶여 있는데다 직접 투자라면 지불하지 않을 각종 수수료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박모(35)씨는 “5년간 유동성이 묶이고 추가 수수료 부담까지 감안하면 200만원 비과세 혜택이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처럼 고위험 감수 성향의 투자자라 해도 ISA에는 눈 여겨볼 만한 기능이 있다. 우선 ISA의 손익 통산(손해와 수익을 합산해 과세 기준을 정하는 것) 구조다. 가령 A펀드에서 200만원 손실을 보고 B펀드에서는 300만원 수익을 올렸을 경우 직접 투자자라면 B펀드에서 올린 300만원이 과세 대상이지만 ISA에선 수익(300만원)에서 손실(200만원)을 뺀 순이익(100만원)만 과세 대상이 돼 그만큼 세금이 줄어든다.
또 수익이 비과세 한도 200만원을 넘었다 해도 초과 수익에 일반적인 세율(15.4%)보다 낮은 9.9%의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것도 적지 않은 매력이다.
그렇다면 고수익 추구 투자자는 ISA에 어떤 상품을 넣는 게 가급적 손실 위험을 줄이면서도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일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먼저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한다. 이태훈 KEB하나은행 여의도골드클럽 PB팀장은 “ISA 전용 ELS상품은 5~8% 정도 수익을 제시하면서도 운용 수수료(연 0.7%대ㆍ신탁형 ISA 기준)가 일반 ELS상품(1.1%대)보다 낮다”고 말했다. 연초 폭락으로 기존 ELS 가입자들을 긴장시켰던 홍콩H지수(HESCEI)가 여전히 8,800선에 머물고 있는 만큼 과거에 비해 기준지수 급락 가능성도 다소 줄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원자재 펀드도 주요 권유 상품이다. 조한조 NH농협 WM지원단 차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느려지면서 신흥국 시장 투자가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며 “중동 국가나 브라질, 인도네시아의 원재자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도 ISA에 편입해 볼 만하다”고 권했다. 이 밖에 하이일드 펀드(신용도가 낮은 대신 수익률이 높은 채권형 펀드)도 ISA에 편입해 볼만한 초고위험 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개별 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면 신탁형 ISA보다 수수료는 다소 높지만 고위험 또는 초고위험형 일임형 ISA에 가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증권사, 은행별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선택의 폭도 넓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고수익지향형A ISA는 편입상품 100%가 해외투자펀드로 헬스케어, 소비재, 선진국, 신흥국에 각각 25%씩 투자한다. SK증권의 공격형A ISA의 경우, 국내주식혼합형(40%) 해외주식혼합형(15%) 해외채권(25%)등으로 나눠놨다. 일임형 ISA 상품은 초고위험형이라 해도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분산 투자는 돼 있는 편이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고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 한승우 KB국민은행 강남PB센터 팀장은 “앞으로 수익률 공시까지 되면 금융사들이 수익률 유지에 굉장히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ISA 투자로 목돈이 묶이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한승우 팀장은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 급전이 필요해 돈을 뺄 경우 투자 손실과 비과세 혜택 취소가 겹쳐 타격이 클 수 있다”며 “ISA 투자는 가급적이면 5년 동안 묶여도 괜찮은 여유자금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