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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위대한 독재자’?

입력
2016.04.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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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파격적인 개혁 행보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대중들의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혼자와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을 주장한 사도 권고 ‘사랑의 기쁨’을 발표하면서 교단 내 보수파들로부터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구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국제정치전문지 포린 폴리시의 표현을 빌자면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밀어붙이는 ‘바티칸의 독재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일 결혼과 성에 관한 사도적 권고 ‘사랑의 기쁨’을 발표하면서 성소수자와 이혼자, 재혼자를 더욱 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리 원칙상 인정할 수 없다”는 측면이 더 부각되기도 했다. 포린 폴리시는 이 장문의 모호한 문건이 ‘이단 논란’은 회피하면서 개혁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도록 의도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가톨릭 내 보수파도 교황의 권위를 거스르면서까지 이번 권고를 비판하기 곤란해졌다는 것이다. 온라인 가톨릭전문지 글로벌 펄스의 로버트 미킨스 편집장은 “교황이 반대파를 우회 공격했다”며 “뛰어난 전략가”라 평했다.

사실 교황의 ‘이혼자ㆍ성소수자 껴안기 계획’은 2년 전부터 시작돼 차근차근 전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2년 2월 추기경회의에서 발터 카스퍼 독일 추기경을 기조발언자로 내세웠는데, 카스퍼 추기경은 이혼ㆍ재혼자에 대해 가톨릭 교단이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한 신학자로 유명하다. 교황은 카스퍼 추기경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2014년과 2015년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는 이혼ㆍ재혼ㆍ동거 부부들의 영성체 참여가 주된 논쟁거리가 됐다. 이번 권고문 역시 교황이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기 위한 밑작업의 하나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교황과 보수파의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로마에는 2015년 시노드 이후 보수파 주교 13명 이상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우려하는 서한을 전달하자 교황 측이 이들을 위협했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익명을 자처한 전직 로마 교황청 소속 인사는 지난해 12월 교황을 향한 공개서한에서 “교회 전통의 지혜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교황의 태도는 권위주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는 교황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교황청을 찾은 전세계 순례객이 320만여명으로 2014년의 590만여명에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교황청 전문가 산드로 마지스터는 올해 초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교황의 동성애자 권리 등 이슈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외부의 인기는 높이고 있을지 몰라도 내부 인기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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