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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 첫 원폭 위령비 방문…日 ‘피폭국가’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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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 첫 원폭 위령비 방문…日 ‘피폭국가’ 부각

입력
2016.04.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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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 주요7개국(G7) 외무장관들이 11일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을 방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사진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왼쪽),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오른쪽) 등이 헌화하기 위해 위령비로 다가가고 있다. 히로시마 교도ㆍAP=연합뉴스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 주요7개국(G7) 외무장관들이 11일 일본 히로시마의 평화기념공원을 방문, 원폭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했다. 사진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가운데)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장관(왼쪽),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오른쪽) 등이 헌화하기 위해 위령비로 다가가고 있다. 히로시마 교도ㆍAP=연합뉴스

1945년 8월 6일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전쟁을 종결시킨 미국의 현직장관이 처음으로 히로시마(廣島) 원폭위령비를 방문했다. 일본은 이를 ‘역사적인 날’로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정상회의 전후에 위령비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인 일본이 ‘피해자’임을 세계에 부각시키는 외교이벤트에 미국이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히로시마 G7 외무장관회의에 참석중인 존 케리 국무장관은 11일 나머지 G7 외교수장들과 함께 히로시마평화공원을 찾아 위령비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피폭 당시 참상을 전하는 원폭자료관을 참관했다. 케리 장관은 애초 없던 일정까지 제안해 96년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원폭돔’(옛 히로시마 물산진열관)도 찾아갔다. 방명록엔 “전세계가 느껴야 한다. 전쟁자체를 피하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를 상기시킨다”고 썼다.

케리 장관은 “평화의 중요성과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강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순간”이라고 방문 의미를 밝혔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장관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기운을 고조시키기 위한 역사적 한 걸음”이라고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그러자 케리 장관은 “과거를 다시 논의하고, 스러져간 이들을 예우하지만 이번 방문은 과거에 대한 것이 아니다”며 “이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로시마 방문이 미국의 원폭투하에 대한 사죄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케리 장관은 묵념을 할 때 5초간 턱만 약간 내리는 것으로 예를 표해 바로 옆 기시다 장관이 허리를 숙인 것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NHK 등 일본 언론은 케리 장관이 위령비 앞에 선 화면을 지속적으로 비추며 이벤트를 극대화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케리 장관의 행보에 대해 “세계 지도자들이 피폭실정을 눈으로 접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기운을 높이는데 극도로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희석하기 위해 틈만 나면 ‘세계 유일의 피폭국가’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케리 장관의 위령비 방문을 집중 평가하는 것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목을 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최고 지도자가 히로시마에서 고개를 숙인다면 이보다 극적인 ‘피해자 코스프레’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백악관으로서는 최종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역사수정주의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국내외 비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취임 첫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비전으로 제시했던 오바마가 임기 마지막 해를 상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변화하는 백악관 기류를 전했다.

한편 G7 외무장관들은 일본의 원폭 피해를 강조한 ‘히로시마’선언을 발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도 촉구했다. 또 의장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비난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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