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3 총선 득표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야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마지막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역대 최악의 투표율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오듯, 유권자의 냉소가 어느 때보다 크다. 20대 국회 의석을 노리는 여야 후보나 정당들로부터 기대나 새 희망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도, 쟁점도, 정책도, 인물도 묻혀버린 채 선거가 이리 무미건조해진 게 유례가 없을 정도다.
원인을 따지자면 공천 논란부터 국민 기대에 어긋났다. 과거 총선에서는 여야가 그나마 물갈이 공천을 통한 개혁 이미지로 승부를 걸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천 개혁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계파 패권주의에 공천 보복이 난무했고, 야당은 전략 공천에서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비례대표 공천에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친노ㆍ친문 세력의 알력으로 파탄 직전까지 갔다. 가뜩이나 19대 국회에 피로감을 느꼈던 국민에게 정치 혐오를 극대화한 공천 파동이었다.
선거구 획정과 공천 지연으로 뒤늦게 마련된 여야의 공약은 준비 부족이 여실했다. 혁신적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허황되거나 재탕 삼탕인 공약이 백화점 식으로 나열돼 정책 대결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웠다. 더불어민주당이 들고 나온 경제 심판론도 뚜렷한 정책대안도 없어 여당의 야당 심판론과 어깨를 견줄 지경이었다. 오히려 치밀한 전략 없이 이뤄진 더민주의 야권 통합, 연대 움직임은 맏형 패권주의 경향이 강해 실속 없이 군불만 때다가 말았다. 한때 읍소와 반성 모드를 취하던 여야가 막판에는 상투적 네거티브 전략에 기대 왔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양당에 식상한 유권자들로부터 어부지리를 얻은 국민의당의 선전으로 3당 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지역적 한계가 뚜렷하다.
이런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여론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창조경제를 내세운 지방 순회로 선거 개입 논란을 샀다. 더욱이 정부가 대북 제재 효과라는 이유로 인권 등 사태 파장을 무시한 채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출 사실을 발표했다. 또 중요 정보자산인 북한 정찰총국 대좌의 지난해 남한 망명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주는 등 이례적 행태 역시 여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북풍 의혹을 샀다. 선거개입 논란을 빚을 만한 일이면 예민한 시점을 피해 마땅한데도 사서 불공정 논란을 초래했다.
최악의 투표율을 기록하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여야정의 퇴행적 행태가 투표 의욕을 꺾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정치를 변화시킬 유권자의 힘은 여전히 절실해 차악(次惡)의 선택이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