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자켓의 주인공 대니 윌렛(29ㆍ잉글랜드) 못지않게 화제를 모은 건 조던 스피스(23ㆍ미국)의 자멸이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던 스피스는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1~4라운드 내내 1위)에 이어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80년 전통의 마스터스 통산 7라운드 단독 선두는 스피스가 처음이다. 스피스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도 전반에만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더 줄이며 2002년 타이거 우즈(41ㆍ미국) 이후 14년만의 대회2연패를 조기에 확정 짓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호락호락 황제의 후계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반전은 ‘아멘홀’(11~13번홀)가운데서도 까다로운 12번 홀에서 일어났다. 아멘홀이란 공략하기 까다로워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순항하던 스피스가 쿼드러플 보기를 저지른 것이다.
사실 스피스는 10번 홀(파4)부터 흔들렸다. 10~11번 홀(파4)에서 연속 보기로 주춤한 뒤 12번 홀에서만 4타를 잃고 와르르 무너졌다. 12번 홀 티샷이 경사를 타고 굴러 내려 물에 빠지면서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근처에 못 가고 다시 물에 빠졌다. 이어진 샷은 벙커로 들어갔다. 여섯 번째 샷으로 볼을 간신히 그린 위에 올린 스피스는 한 번의 퍼트로 홀아웃했지만 이미 4타를 잃은 뒤였다.
스피스를 무너뜨린 12번 홀은 이전부터 톱랭커들의 발목을 잡기로 악명 높은 코스다. 가장 최근의 경우는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 3라운드까지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12번 홀에서 4퍼트를 저지르며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마의 12번 홀은 그린 못 미친 곳에 개울이 가로지르게 설계돼 한번 삐끗하면 나락으로 빠져들기 십상이다.
스피스는 금세 평정심을 되찾고 13번 홀(파5)과 15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았으나 실수 없는 윌렛이 추격할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스피스는 17번 홀(파4) 보기로 2연패의 꿈을 접었다.
대회 후 뉴욕타임스는 “스피스의 붕괴로 윌렛이 마스터스를 이겼다”고 전했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물에 빠진 2타가 엄청난 리드를 날려버렸다”고 전했으며 공식 홈페이지 PGA닷컴은 “스피스의 충격적인 비틀거림 후 마스터스는 윌렛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평했다.
한편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매킬로이는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로 공동 10위에 자리했다. 한국계 선수로는 마지막 날 1타를 줄인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26)가 4오버파 292타 공동 17위로 선전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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