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선거권 연령 하향은 청소년 정치적 권리의 첫 단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선거권 연령 하향은 청소년 정치적 권리의 첫 단추”

입력
2016.04.11 17:18
0 0
청소년 인권 활동가 강민진씨는 "청소년이 미성숙해서 정치적 의견을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반민주주의적이고 반인권적인 편견"이라며 "선거뿐만 아니라 일상의 정치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청소년 인권 활동가 강민진씨는 "청소년이 미성숙해서 정치적 의견을 가져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반민주주의적이고 반인권적인 편견"이라며 "선거뿐만 아니라 일상의 정치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민주주의에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정권이 있어야 하는데 참정권이 없다는 건 국민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청소년을 우리 사회의 시민이자 국민으로 대하지 않겠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쥬리’라는 예명으로 더 많이 알려진 청소년인권활동가 강민진(21)씨는 8일 서울 삼선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참정권을 청소년에게 보장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씨는 이날 ‘청소년 총선대응 네트워크’가 11일 연 ‘평등한 민주주의의 봄을 바라는 청소년 참정권 요구 750인 선언’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었다. 청소년 총선대응 네트워크는 강씨가 소속해 있는 십대섹슈얼리티인권모임를 비롯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5개 청소년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청소년은 가만히 있으라’는 한국 사회의 억압에 대한 반발이었다. 한국에서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 것은 물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표현을 하는 것조차 위법이다. 청소년은 정치적 의견을 가질 만큼 성숙하지 않다는 것이 법의 판단이다. 실제로 청소년의 정치 참여 보장에 대한 헌법소원이 1997년, 2014년 제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미성년자의 정신적ㆍ신체적 자율성이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강씨는 이 같은 제도가 선거에서만 청소년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지역사회, 가정 등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정치에서도 배제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을 민주주의 바깥으로 내몰아 지시에 따르기만 하고 돌봄을 받기만 하는 위치에 묶어둡니다. 교육 정책이나 청소년 관련 정책도 학부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할 수 있을 뿐 청소년이 직접적으로 의견을 반영시킬 수 없어요.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생활에 관한 규칙과 사안들을 정할 때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최근 일본이 선거 참여 연령을 18세로 낮추면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주는 나라가 됐다. 대만(20세), 레바논, 싱가포르, 카메룬(이상 21세) 등 일부 예외적인 국가도 있지만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18세를 표준으로 정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쿠바 등 16세로 책정한 국가도 있다. 강씨는 “이번 기자회견은 정당이나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어서 나이를 특정하진 않았다”며 “최대한 낮추는 게 목표지만 현실적으론 어렵기 때문에 대선이나 총선은 18세, 교육감선거나 지방선거는 16세로 낮추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청소년 인권이다. 단순히 선거권 제한 연령을 낮추는 것보다 청소년이 정당에 가입할 수 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정치 참여는 그래서 필수적이다. 그는 “청소년은 정치 참여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없던 집단이기 때문에 잘못된 교육 정책이나 학교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며 “학교에서라도 청소년이 목소리를 내서 규칙을 바꾸는 정치 참여 경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첫 번째 목적도 청소년들에게 지지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는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이 있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청소년들이 먼저 알게 되기 바란다”며 “정치인들에게도 이런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는 중학교 시절 심한 체벌을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이 싫어 자퇴를 한 뒤 청소년 인권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검정고시로 중ㆍ고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다니면서 인권친화적+너머운동본부와 십대섹유얼리티인권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 인권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선거를 앞두고 청소년 관련 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정당이 거의 없습니다. 있더라도 굉장히 추상적이죠. 청소년들에겐 투표권이 없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청소년들의 인식이 바뀌고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되면 많은 게 바뀔 거라 생각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