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고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올 시즌 꼴찌 후보로 평가 받았던 넥센이 ‘강팀의 자격’을 보여주고 있다.
넥센은 올 시즌 11일까지 9경기를 치르며 5승1무3패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범경기에서도 9위에 그치며 전력 누수가 그대로 드러났던 넥센이 모두의 예상을 깨는 중이다. 넥센은 지난 겨울 중심타자 박병호(30ㆍ미네소타)와 유한준(35ㆍkt), 마무리 손승락(34ㆍ롯데), 에이스 밴헤켄(37ㆍ세이부)이 팀을 떠났다. 한현희(23)와 조상우(22)는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6일에는 윤석민(31)이 사구에 왼 손목 골절 진단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강팀 반열에 올랐던 넥센의 하락세는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넥센은 지난해보다도 더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 9경기를 치르는 동안 넥센의 팀 평균자책점은 6.11로 9위였다.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7.12로 최하위에 그쳤고, 구원진도 4.97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9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4.61(6위)을 기록 중이다. 선발진과 구원진은 각각 평균자책점 4.29(5위), 5.12(8위)를 올리고 있다.
넥센은 올해 확실한 4~5선발이 없다. 대신 6~7명의 투수들 중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선발로 나선다. 그간 주전 선수들에 밀렸던 유망주들에게 경쟁을 유도하며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다. 지난 6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1군 등판에서 승리를 따낸 신재영(27)은 “선발 자리에 들어가려고 다들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3일 롯데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2년차 박주현(20)도 배짱 있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팀 컬러도 바뀌었다. 넥센은 지난해 203개의 홈런을 터트리는 등 KBO리그 최고의 홈런 군단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지난해 9경기에서 팀 홈런 12개를 때려냈던 넥센은 장타자들이 빠져나가며 올해는 단 4개의 홈런만 기록했다. 장타자들의 빈 자리는 ‘발야구’로 채운다. 선수들 전원에게는 그린 라이트(주자 스스로의 판단 하에 도루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결과는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지난해 9경기에서 6개의 도루를 성공한 넥센은 올해는 11개의 도루를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도루 실패 또한 8개로 가장 많고, 한 베이스 더 가는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으로 인해 주루사도 5차례나 당했지만 개의치 않는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우리 팀이 많이 뛴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상대 팀이 우리를 더 껄끄러워하게 된다”며 선수들의 질주를 더욱 독려하고 있다.
집중력도 돋보인다. 팀 타율은 0.260(5위)에 그치지만 득점권 타율은 0.304(1위)로 치솟는다. 염 감독은 “많은 안타가 나오는 것은 아니어도 쳐야 할 때는 친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그 만큼 높다는 뜻이다”며 흡족해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넥센이 단독 선두를 질주하면서 꼴찌 후보에 대한 평가까지 뒤집고 있다. 염 감독은 “초반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고 있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갈 수 있다는 게 의미 있다”며 “아직 과정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넥센 주장 서건창(27)은 “우리 팀에 대한 평가는 끝나고 나서 받겠다. 우리 선수들은 우리 팀이 꼴찌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주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