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을 대출이 아닌 ‘역(逆) 펀드’ 방식으로 공급,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사태를 막는 제도가 미국 대학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미국 대형 종합대학교 최초로 퍼듀대가 ‘소유 공유제’라고 불리는 학자금 펀드제도를 올 가을 학기부터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그 동안 일부 단과대에 소규모 실험적 형태로만 실시됐던 이 제도는 원리금을 일정 기간이 흐른 뒤 갚는 대출 대신, 학생의 전공별 미래 소득을 미리 평가해 약정 기간 중 소득의 일정비율을 펀드에 납입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퍼듀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계공학과 학생은 졸업 후 8년간 월급의 4.23%를 납입하겠다고 약정하면 미리 1만5,000달러를 지급받을 수 있다. 연봉이 적어 8년간 4.23%를 낸 액수가 1만5,000달러에 미치지 못해도 약정 기간이 지나면 납입의무는 사라진다. 고액 연봉이면 미리 받은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납입하게 된다. 같은 학과 동문끼리 계(契)를 만들어 미리 같은 금액을 탄 뒤, 나중에 돈을 많이 번 동창생이 그렇지 않은 친구들 몫까지 내는 방식인 셈이다.
물론 기계공학과(예상 최초 연봉 5만6,000달러)와 달리 연봉이 낮은 인문학 전공자는 납입 비율이 높고 약정 기간도 더 길어지게 된다. 미치 대니얼 퍼듀대 총장은 “기존 대출 방식의 학자금 조달을 꺼리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 교수가 1950년대 제안한 이 제도가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많은 대졸자들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는 사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펀드 조건이 미래 수입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인기학과 혹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만 취급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홀대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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