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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친구를 위해서라면...배우들이 살린 B급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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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친구를 위해서라면...배우들이 살린 B급 코미디

입력
2016.04.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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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동영(왼쪽부터)과 안재홍 류덕환은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세 친구로 나온다. NEW 제공
배우 김동영(왼쪽부터)과 안재홍 류덕환은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세 친구로 나온다. NEW 제공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 고등학생 고환(류덕환)이 있다. 매일 병실 침대에 누워 부모님의 간호를 받고 있는 우울한 신세지만 죽마고우인 남준(김동영)과 갑덕(안재홍)이 찾아오는 날이면 얼굴에 함박 웃음이 핀다. 이들은 아픈 친구를 위해 바다를 보러 몰래 여행도 감행하는 절친한 사이.

똑똑하고 부모님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고환의 불우한 상황만 보면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떠올라 가슴 찡한 사연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 작정한 듯 우스개를 연발하며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이름부터 남다른 고환은 “해보고 싶은 일이 뭐냐”는 남준과 갑덕의 물음에 냉큼 “섹스”라고 말한다. 깜짝 놀란 남준과 갑덕이 곧바로 “세수”로 정정하지만, 친구들은 고환의 이 ‘위대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다.

침대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누워만 있는, 시한부 인생인 친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남준과 갑덕이 못할 게 없다. 우선 ‘여자’를 구하는 데 혈안이 된다. 영화의 첫 가제가 ‘마지막 잎섹’이었다는 게 놀랍지도 않다.

일단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서 고환의 소원이 될 대상은 같은 반 여학생들이다. 남준과 갑덕은 소위 ‘날라리’로 찍힌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고환의 소원을 이야기하고 “한 번만…”이라며 들이댄다. 수십 대 아니 수백 대의 뺨까지 맞은 갑덕의 집념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친누나에게까지 그녀가 ‘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거침없는 무리수도 자행한다. 돌아오는 건 결국 매질이지만.

영화 ‘위대한 소원’에 출연한 안재홍(왼쪽)과 김동영. NEW제공
영화 ‘위대한 소원’에 출연한 안재홍(왼쪽)과 김동영. NEW제공

두 친구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별 소득 없는 날이 계속된다. 그러다 고환의 아버지(전노민)에게 아들의 소원이 ‘세수’라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병맛 코미디’로 급 진화한다.

영화 속 소동을 지켜보는 관객은 두 갈래로 분명하게 가릴 듯하다. 크게 웃으며 좋아하거나 극도로 반감을 가지거나. 남자 고등학생들의 밑도 끝도 없는 ‘세수’ 타령, 10대 청소년을 데리고 노래방 도우미까지 찾아나선 아버지, 또 이들을 돕는 선생님까지. 무리한 설정이 이어지다 보니 ‘어디까지 가나 보자’하는 심리가 발동해서다.

할리우드 영화 ‘아메리칸 파이’(1999)식의 가벼울 대로 가벼운 엽기 코미디를 원하는 관객들이라면 무리 없이 소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10대 코미디를 앞세워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여 아쉽다. 첫 장편영화에 도전한 신인 감독(남대중)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걸 염두에 두어도 말이다.

부족한 스토리와 연출은 배우들에 의해 켜켜이 채워진다. 아역스타로 시작해 연기 하나는 인정받은 류덕환과, 거친 듯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여주는 김동영,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듯 어수룩한 매력을 발산하는 안재홍의 조화가 스크린에 안정적으로 녹아 든다. 못 말리는 부성애로 진지한 코믹연기를 보여주는 전노민의 변신도 신선하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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