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서
실시간으로 주문받아 배송
의무휴업 대상은 점포만 해당
소셜커머스 업체는 규제서 제외
“위법 아니지만 법 취지 어긋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주부 송모(30)씨는 지난달 27일 장을 보러 이마트에 가려다가 발길을 돌렸다. 한 달에 두 번, 둘째ㆍ넷째 일요일마다 찾아오는 의무휴업일이란 걸 뒤늦게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휴대폰에 깔아둔 이마트 앱으로 찬 거리와 생필품 5만원 어치를 낮 12시쯤 주문했다. 이날 오후 9시쯤 이마트 배송기사가 초인종을 눌렀다. 송씨는 “대형마트 매장이 문을 닫는 날이어서 기대도 안 하고 온라인 주문을 했는데 당일 배송이 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의무 휴업일에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일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선 당일 배송을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 취지로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영업을 쉬도록 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의 사각 지대를 파고 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의무휴업일에도 배송이 가능해진 것은 이마트가 최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개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김포센터는 일산ㆍ부평ㆍ영등포ㆍ목동점 등 서울과 수도권의 기존 이마트 20개 점포의 온라인 배송을 전담하고 있다. 전에는 이들 지역에서 온라인 주문이 들어올 경우 해당 지역 이마트 매장에서 물건을 포장해 배송해줬다. 그러나 김포센터가 문을 열며 의무휴업일과 상관없이 365일 배송이 가능해졌다. 이마트는 2020년까지 수도권 동쪽과 북쪽 등에 물류센터 4곳을 더 지어 수도권 전역에 100% 당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무휴업일에도 수도권 전체에서 온라인 당일 배송이 이뤄지게 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 대상은 대형마트 점포만 해당된다”며 “쿠팡 같은 온라인 소셜커머스 업체도 의무휴업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특히 오프라인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 이마트의 온라인 매장인 이마트몰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인터넷 전자상거래업체인 쿠팡을 겨냥해 최저가 경쟁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온라인 주문 상품 처리 속도와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류센터를 통한 의무휴업일 배송은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롯데마트도 이르면 5월 중 경기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개장한다. 서울 서부 지역과 경기·인천 지역을 아우르는 수도권 11개 점포의 온라인 주문량을 이곳에서 모두 소화할 예정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물류센터는 의무휴업 대상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반면 물류센터 설립 계획이 없는 홈플러스의 경우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주문을 받더라도 매장이 문을 여는 다음날 배송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양창영 변호사는 “의무휴업일 온라인 주문에 대해 당일 배송을 해주는 것은 그날만큼은 영업하지 않도록 해 지역 상권을 살리고 관련 근로자들도 쉴 수 있도록 하자는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 변호사는 “현재의 법 조항에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아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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