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격한 운전을 즐기지 않는다면 높은 연비와 실용적인 내부 공간은 자동차를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기아자동차가 최근 출시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는 정확히 이 지점을 공략했다. 국산차 최초로 하이브리드 차의 높은 연비와 SUV의 실용성을 한 몸에 품었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최상급 사양을 갖춘 1.6 GDi 노블레스 모델. 18인치 타이어 장착 시 공인 복합연비는 17.1㎞/ℓ이다. 그러나 서울 광장동에서 출발, 서울-춘천고속도로와 국도를 거쳐 경기 양평군까지 58㎞를 달린 뒤 측정한 연비는 무려 27㎞/ℓ나 됐다. 저속에서 모터 주행을 하는 하이브리드차의 특성상 고속도로 구간보다 신호에 자주 걸리는 국도에서의 연비가 더 높았다. 급가속이나 과속을 하지 않고 규정 속도대로 주행한다면 연비 20㎞/ℓ 이상은 기본으로 뽑아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원상 전기차(EV) 모드의 평지 최고 속도는 시속 120㎞였지만 실 주행에서는 80㎞를 넘지 못해 아쉬움을 줬다.
연비가 강조된 차이다 보니 시원한 가속이나 급경사로의 힘은 부족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엔진,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 전기모터를 공유해 최고 출력(141마력)과 최대 토크(27㎏fㆍm)까지 똑같지만 차체가 크고 무거운 탓이다.

아이오닉보다 나은 점은 실내 공간이다. 축간거리(2,700㎜)는 같아도 SUV로 만든 니로의 뒷좌석이 훨씬 여유롭고 승하차도 편했다. 널찍한 적재공간 역시 강점이다.
니로 축간거리는 소형 SUV로 분류되는 경쟁차종 한국지엠(GM)의 트랙스(2,555㎜), 르노삼성자동차의 QM3(2,605㎜), 쌍용자동차의 티볼리(2,600㎜)보다 길어 공간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니로는 출시 이후 10일 만에 약 2,500대가 계약됐다. 하이브리드차로는 좋은 출발이다. 어쩌면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적수는 도요타의 ‘4세대 프리우스’가 아닌 니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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